‘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한국 쇼트트랙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고교생까지 포함된 국가대표급 선수 5명의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들에 대해 연맹 주최 대회 출전 금지와 대표팀 훈련 제외 조치를 내렸지만 연루자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어 경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내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관련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200만~300만 원씩 상습적으로 베팅한 혐의로 쇼트트랙 선수 김모(18)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5명 가운데 김군 등 3명은 지난 3일 끝난 2016~17 쇼트트랙 대표선수 2차 선발대회를 통해 선발된 남자부 최종 8명의 명단에 포함되는 등 국가대표급 선수다.
불구속 입건된 김 군은 고교생 신분인 데다 지난해 11월 태릉선수촌에서 외박을 나온 뒤 음주한 사실이 드러나 국가대표 자격 정지와 함께 2015~16 시즌 잔여 국내외 대회 출전 정지 처분까지 받았던 전력이 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20여명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빙상경기연맹은 연이어 터져 나온 쇼트트랙 대표팀의 ‘탈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쇼트트랙은 파벌 논란과 구타, 승부조작(일명 짬짜미) 등으로 숱하게 구설에 올랐다. 최근 1년 사이에도 세 번의 사고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지난해 9월에는 국가대표 훈련 도중 선배가 후배를 폭행했다. 후배의 추월시도에 자신이 넘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두 달 뒤에는 불법 도박으로 적발된 미성년자인 김군이 외박을 틈타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졌다.
매번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연맹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까지 드러나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선수들을 상대로 도박과 성폭행 등 매번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난감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쇼트트랙은 그 동안 구타 파문 등으로 빙상연맹에서 가장 ‘말썽 많은 종목’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빙상연맹은 2011년 김재열 회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 방식 개선안도 마련하고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쇼트트랙 대표팀을 도울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개혁적인 조치를 내놨지만 정작 선수들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에 그친 꼴이다.
빙상연맹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선수에 대해 연맹 주최 대회 출전 금지와 대표팀 훈련 제외 등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빙상연맹은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연맹 사무실에서 상임이사회를 열고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선수들에 대해 우선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 출전을 금지하고 대표팀 훈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관련 선수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피드스케이팅 상비군 선수들도 훈련 기간에 집단 음주를 하다 적발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상비군 훈련을 하던 남녀 고교생 선수 등 20여명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지난달 22일 밤 코칭스태프가 잠든 사이 몰래 숙소를 빠져나가 숙소 인근 다리 밑에서 술을 마시다 순찰하던 경찰에 발각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빙상연맹은 음주 행위에 가담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번 시즌 대표팀 훈련 제외와 사회봉사활동 50시간을 조치했다.
김기중ㆍ유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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