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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책] 옛 선비들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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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책] 옛 선비들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입력
2018.03.22 15: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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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기행

심경호 지음

민음사 발행ㆍ768쪽ㆍ2만5,000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오역 논란이 있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우리에겐 이에 비견할 만한 게 있을까. 이 책은 선비 58명이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지은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을 모았다. 벼슬과 낙향을 거듭했던 퇴계 이황은 “시름 가운데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 속에 시름 있다” 했다. 벼슬길이 막혀 그림에 몰두했던 강세황은 “으레 그러려니 웃어 넘겼다”고 했다. 정약용은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고 곱게 다듬으려 했다”고 썼다. 삶과 문장이 교차하는 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서구와 비견할 만하다 했지만 차이점도 명백하다. 절대자 개념이 있는 서구의 명사들은 마지막 말에 죄와 고백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들을 넣으려 했다. 이에 반해 지극히 현세적인 우리 유학자들은 그간 담담하게 억눌러왔던 세상에 대한 욕망을 이제라도 강렬하게 표출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관념 사이의 긴장이 팽팽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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