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웜비어 뇌 조직 심각한 손상”… 심페정지 원인 못 밝혀

알림

“웜비어 뇌 조직 심각한 손상”… 심페정지 원인 못 밝혀

입력
2017.06.16 14:41
0 0

미 의료진, 정밀진단 결과 발표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는 상태”

북한 주장한 식중독 확인 안되고

몸에 가혹행위 당한 흔적도 없어

북미 간 원인 놓고 갈등 예고

식물인간 상태로 북한에서 풀려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프레드 웜비어)가 15일 아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드 웜비어가 입고 있는 상의는 아들이 북한에서 입던 옷이다. AP 연합
식물인간 상태로 북한에서 풀려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프레드 웜비어)가 15일 아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드 웜비어가 입고 있는 상의는 아들이 북한에서 입던 옷이다. AP 연합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된 뒤 혼수상태로 13일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심폐정지 및 그에 따른 산소부족으로 뇌 조직 전반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주장하는 보툴리누스균 감염에 따른 식중독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이 의심하는 가혹행위에 의한 골절이나 외상 등의 흔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심폐정지를 일으킨 원인을 둘러싸고 북ㆍ미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웜비어를 치료 중인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주립대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웜비어는 안정적이지만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라며 “광범위한 뇌 조직(tissue) 손상을 입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 병원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웜비어 상태를 가장 적합하게 기술하는 용어는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은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깜박이기는 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의도하는 어떠한 동작이나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북한이 제공한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를 분석, 뇌손상이 웜비어가 15년 노동교화형을 받은 지난해 3월 직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웜비어의 혼수상태가 식중독에서 비롯됐다는 북한 주장을 부인했지만, “현 단계에서는 신경 손상의 원인이나 정황에 대한 확실하고 입증 가능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분석과 달리,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웜비어의 아버지(프레드 웜비어)는 “북한 정권이 가혹행위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도 미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 가혹행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웜비어가 2016년 북한에서 입었던 상의를 입은 채 기자들 앞에 나서 북한을 ‘부랑자 정권’이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1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자애롭고 친절했다”고 말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 대해선 불만을 털어놨다.

웜비어처럼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들의 가혹행위 관련 증언도 엇갈리기 때문에 뇌손상의 원인을 무엇이라 속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2010년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은 ‘심각한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한 반면, 비슷한 시기 억류된 유나 리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억압적 분위기였지만,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뇌손상 원인 논란에도 불구, 웜비어가 1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였는데도 북한이 미국 정부와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걸 놓고 미국 여론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정부에 대북 응징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한 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시민에 대한 북한여행 금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과거 억류자 석방과 달리 이번 사례는 ‘주고받기식’ 협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송환은 협상이 아니었으며, 돌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