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안 하면 구청장 퇴진 운동”
주민들, 산업도로 건설에 반발
구는 “불법시설 철거한 것” 해명
인천 동구가 배다리마을의 주민과 예술인들이 마을 공유지에 만든 생태놀이터를 하루 사이에 일방적으로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유지 활용 방안과 배다리마을 관광개발 방향을 놓고 동구와 계속 충돌하고 있는 주민과 예술인들은 집단행동까지 예고했다.
주민 등으로 구성된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에 따르면 동구 관계자 20여명은 지난 21일 오전 예고 없이 마을 공유지에 조성된 ‘배다리 생태놀이 숲’을 찾아 이곳에 있는 오르내림틀, 외나무다리 등 놀이시설을 훼손하고 해체했다. 철거한 놀이시설을 트럭에 싣던 이들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철수했다. 주민들은 이흥수 동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재차 항의했지만 동구는 다음날인 22일 오전 1시 30분쯤 10여명을 동원해 놀이시설 철거작업을 마무리했다.
배다리 생태놀이 숲이 있는 공유지는 2006년 동구와 중구를 잇는 산업도로 건설을 위해 파헤쳐졌다가 주민들의 반대, 인천시 재정난을 이유로 도로 건설이 중단되면서 주민 품으로 돌아온 곳이다. 주민들은 조택상 전임 구청장 시절 “도로 공사 재개 시 환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채소, 꽃을 심는 등 이곳을 가꿔나갔다. 작년 10월에는 놀이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놀이시설 10여개를 설치하고 생태놀이 숲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하지만 생태놀이 숲은 6개월 만에 철거됐다.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구는 문화영향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배다리 근대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을 밀어붙이는 등 폭력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배다리마을은 주택가를 두 동강 내며 지나가는 산업도로와 전면 철거 방식의 재정비계획에 맞서 주민들이 지켜온 곳”이라며 “생태놀이 숲 원상 복구와 근대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구청장 퇴진운동 등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공유지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을 적법하게 철거한 것”이라며 “인천시가 산업도로 건설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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