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임헌영, 김우종,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장백일(본명 장병희) 전 교수가 1974년 3월 12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울 형사지법 법정에 나란히 앉았다. 죄목은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른바 ‘문인간첩단사건’이다. 불혹(40세)에 이르거나 갓 넘긴 나이로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이들은 74년 1월 명동성당 앞에서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한 후 보안사에 의해 구속됐다. 소설가 정을병을 포함한 5명의 문인들은 자격정지 및 짧은 징역형을 치러야 했으니 정권에 의해 자행된 한국문단의 암흑기였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고 2년 후 대법원은 사건 37년 만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우종은 화가로 변모했고 임헌영은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이호철은 최근 독일에서 작품 낭독회를 열었다. 정을병과 장백일은 2009년과 이듬해 나란히 세상을 떴다.
손용석 사진부장 stones@hk.co.kr 보도사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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