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정 당일에만 전 세계 증시에서 3,000조원 증발
영국 증시 최대 12% 하락 전망 나와
한국 증시 1,700선까지 폭락 우려 커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가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당일부터 주말까지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은 급격히 금과 달러화, 엔화 등 안전자선으로 몰리면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경우 그 충격이 상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증시 시가총액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23일 63조8,136억달러에서 24일 61조2,672억달러로 하루 만에 2조5,464억달러(약 2,987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ㆍ1,558조원)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증발액이 많은 국가는 미국(7,724억 달러), 영국(3,608억 달러), 프랑스(1,634억 달러), 일본(1,508억 달러) 순이었다. 한국 증시에서도 702억달러(약 82조원ㆍ9위)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정말 우려되는 건 이것이 충격의 서막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단기간에 영국 증시가 최대 21%, 영국 FTSE100 지수는 4,900~5,500 사이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3.2% 하락한 6,139로 마감했다. 영국에서 전 세계 금리파생상품의 절반이 거래되는 만큼 “브렉시트 충격이 은행 등 전 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마커스 쇼머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수석)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는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역시 “브렉시트 혼란으로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게 됐다”며 “영국이 EU와 복잡한 정치적ㆍ경제적 이혼협상을 벌이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급격히 쏠리는 현상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영한다. 24일 금값은 1온스당 1,322.40달러로 전날(1,263.10달러)보다 4.7% 뛰었고, 제임스 버터필 미국 마켓워치 투자전략담당은 “금값이 온스 당 1,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9년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고수익을 찾아 신흥국ㆍ주식시장에 자본이 몰렸던 대전환(Great Rotation)과 정반대되는 현상이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발(發) 경기충격ㆍ금융시장 침체가 유럽→미국ㆍ중국→신흥국으로 전이될 거란 걱정이 커지면서 24일 배럴당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47.62달러)은 전 거래일보다 4.97% 하락하기도 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시장인데다 외국인 투자비율이 높은 한국 증시는 상황이 더 녹록하지 않다. 국내 상장주식의 외국인 보유규모는 434조원(5월 기준ㆍ29%). 그 중 브렉시트 당사자인 영국계 자금 규모는 36조원(8.4%)으로 미국(40%)에 이어 두 번째다. 영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의 매도세가 본격화할 경우 코스피 지수가 1,800선 아래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불확실성과 유럽연합 붕괴 우려가 커진 만큼 3개월 안에 코스피 지수가 1,7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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