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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위10% 빼고 소득 증가”
물가 감안땐 저소득층 다수 실질소득↓
개인으로 쪼갠 ‘가공’ 자료 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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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근로자 임금 크게 증가”
영세사업장 제외한 통계 바탕
부분적 통계로 최저임금 효과 단언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생각한다.”
“고용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구체적인 ‘통계’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16.4%)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정말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통계상 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것일까.
하위 10% 빼면 모두 소득증가? 지나치게 긍정적인 해석
청와대는 1일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 90%’ 발언에 대해 “소득하위 10%(1분위)를 제외하고 모두 소득이 증가해 90% 효과가 있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한 것을 근거로 한다. 당시엔 소득수준을 5개 분위로 나눴는데 이를 10개 분위로 쪼갠 것이다. 본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10개 분위로 분석한 결과, 1분위(-0.3%)와 4분위(-2.3%)를 제외한 모든 분위의 근로자가구에서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1.0~17.2% 늘었다. 문 대통령은 ‘90%’라고 한 것은 실제로는 10개 분위 중 8개 분위 소득이 증가한 만큼 정확하지 않다.
더구나 지표를 한 꺼풀 벗겨보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1.3%)을 감안하면 2분위(1.0%)의 실질소득도 사실상 마이너스다. 저소득층 1~4분위 중 3분위(4.9%)를 제외하면 실질 소득은 대부분 감소한 셈이다. 반면 8분위(7.8%) 9분위(14.6%) 10분위(17.2%) 등 소득이 높을수록 근로소득 증가율이 가팔랐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인데, 소득상위 계층의 소득이 하위계층보다 빠르게 늘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표를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근거로 삼은 통계가 청와대가 가계소득동향 원자료를 가구가 아닌 개인(가구주ㆍ배우자) 단위로 쪼개 이들의 근로소득 추이를 살펴본 자체 ‘가공’ 자료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1분기 월평균 임금이 20만~40만6,000원인 최하위 근로자의 임금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평균 1.9%로 전년(11.9%)보다 크게 낮았지만 나머지 구간의 임금 증가율은 모두 전년 수준보다 높았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 등이 고려되지 않고 ▦가계소득동향의 한계(표본규모ㆍ면접조사)로 정확한 소득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을 토대로 최저임금 효과를 정확하게 따져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저임금 근로자 임금 늘었다? 최저임금 효과로 보긴 ‘무리’
문 대통령은 전날 “고용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통계 자료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가 근거가 됐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1분기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91만7,000원으로 8.1% 상승했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임금도 4.9% 늘었다.
하지만 고용부 통계는 5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해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영세 사업장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위 계층의 소득이 올라도 상용직 전체 소득추이에는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가계소득동향 등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최저임금 효과를 단언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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