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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청년의 쓸쓸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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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청년의 쓸쓸한 장례식

입력
2017.01.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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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무연고 시신, 가족 있지만…

2015년 전년대비 전국 23.5% 증가

지난 11일 낮 12시 30분 울산 울주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A(29)씨의 무연고 장례 위령제사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 희망나눔 동행 제공
지난 11일 낮 12시 30분 울산 울주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A(29)씨의 무연고 장례 위령제사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 희망나눔 동행 제공

설을 10여일 앞둔 지난 11일 낮 12시 30분 울산 울주군의 한 장례식장에선 영정사진조차 없는 A(29)씨의 위령제사가 치러졌다. 무연고 시신의 장례인 탓이다.

배, 사과, 귤, 곶감, 북어포로 차려진 단출한 제사상 너머로 아버지 B(65)씨가 아들에게 술잔을 올렸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가족이 있지만 아들의 장례는 무연고로 치러졌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유대감 약화로 가족들이 시신 수습을 포기하는 ‘무연고 시신’이 늘고 있다. 핵가족화와 물질만능주의 등 현대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사연은 이랬다. 아버지 B씨는 지적장애 3급, 아들 A씨는 지적장애 1급이었다. 수년 전 아내와 이혼한 B씨는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아들만은 애지중지 키웠다 한다. 아들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패혈증 등으로 투병하던 아들은 한달 간 홀로 사투를 벌이다 지난해 성탄절, 끝내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아들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수급비와 폐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해결했다. 정신마저 온전치 못해 아들의 장례에도 그는 혼잣말처럼 “내가 삼청교육대에서 고문을 당해서…”라고 중얼거렸다 한다. 동사무소와 장례지원단체인 ‘울산 희망나눔 동행’이 백방으로 다른 가족을 찾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아들의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장례식 당일 안치실을 나와 화장장에 들어서는 아들을 바라보며 B씨는 “좋은데 가니까 이제 안 아플거다”라고 말해 지켜보는 봉사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A씨처럼 무연고 시신 장례를 진행하는 사망자는 울산 희망나눔 동행에서만 한해 7~8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무연고 시신은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1,245명으로 전년도보다 23.5% 증가했다. 이 중 부산 88명(전년대비 26% 증가), 울산 22명(전년대비 57% 증가), 경남 68명(전년대비 19% 증가)으로 나타났다.

심문택 울산 희망나눔 동행 회장은 “가족을 찾았는데도 시신을 포기하는 수는 우리가 한해 지원하는 장례 가운데 30~40% 정도”라며 “장례비에 부담을 느끼거나 가족과 오래 떨어져 소원해진 유대관계가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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