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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땐 앞서 막았는데… 메르스 뒤꽁무니만 쫓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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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땐 앞서 막았는데… 메르스 뒤꽁무니만 쫓는 정부

입력
2015.06.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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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대상자 방역망 구멍 숭숭

격리해야 할 의심자 해외출장까지

방역관리ㆍ방역점검ㆍ즉각대응팀…

진짜 컨트롤타워 아직도 헷갈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찾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찾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우리나라를 덮친 지난 한 달간 많은 국민들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이번 메르스 사태의 정부 대처 방식을 비교하며 답답해했다. 유사한 신종 전염병에 대한 방역 과정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 방역은 국내 환자 발생이 공식 확인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과 홍콩 등에서 환자가 늘고 국내에서도 고열 등 의심 증상 신고가 들어오자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직접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범정부 차원의 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상황실의 1차 목표는 공항을 통한 사스의 국내 유입 차단. 현장에서 인력ㆍ장비의 부족을 확인한 고 전 총리는 이동식 열 감지 카메라를 10대 구입해 공항 곳곳에 설치했고, 한 대는 중국 베이징 공항에 보냈다. 군 의료진 수십 명을 공항 방역에 지원토록 국방부에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던 환자도 관리 대상에서 빠졌고, 격리됐어야 할 감염 의심자가 해외 출장까지 가도록 방치하면서 방역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책본부 출범 후에도 정부는 중앙방역관리점검조사단, 메르스방역점검관리반, 삼성서울병원 즉각대응팀, 민관합동태스크포스 등 여러 조직들을 잇따라 출범시켰지만, 이 중 어디가 ‘진짜’ 컨트롤타워인지 국민들은 아직도 헷갈린다.

사스 당시 고 전 총리는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여러분이 환자나 유사 환자라면 사랑하는 가족을 바로 전염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필요시 격리 조치에 지체 없이 동의해달라”며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추세가 본격화했던 6월 초 총리는 여전히 공석이었고, 총리 직무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잘 대응해 달라”는 당부만 남긴 채 유럽 출장을 떠났다. 귀국 후 지난 9일 “대책본부가 있는 세종에 상주하며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던 최 총리대행은 12일부터 다른 일정을 이유로 거의 서울에 머물렀다. 세종에서만 메르스를 챙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총리대행이 스스로 내놓은 약속이 3일만에 없던 일이 돼버린 셈이다.

사스 때 공항에 설치됐던 열 감지 카메라는 메르스 사태 때는 청와대에 등장했다. “필요 이상으로 동요할 필요 없다”던 청와대가 직접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자들의 체온을 일일이 검사한 것이다. “국빈 행사 때문에 한시적으로 운용했다”는 해명에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방역 당국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정부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수장을 초기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에서 장옥주 복지부 차관, 문형표 장관으로 잇따라 교체했다. 수장의 지위는 격상됐으나, 전문성은 점점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양 본부장은 의대 출신이지만, 장 차관은 법대를 졸업한 행정가이고, 경제학 박사인 문 장관은 국민연금 전문가이다. 노무현 정부는 사스종합상황실 출범과 함께 발 빠르게 의료단체들을 초청해 상황을 공유하고 적극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 병원과 확진자 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과 오히려 엇박자를 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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