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기까지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이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대북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의 감시 체계와 정보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거나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보 당국은 “미국 등 다른 정보기관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이 경우 북핵 감시체제 자체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뒤통수 맞고 허둥지둥 스텝 꼬인 정보 당국
6일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은 우리나라 기상청을 비롯한 외국기상센터가 측정한 지진파로 가장 먼저 탐지됐다. 안보 당국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북한 지진 속보가 뜨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기상청이 “인공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며 핵실험에 의한 지진 가능성이 점쳐진 상황에서도 외교안보 부처와 정보 당국은 “정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으로부터 핵실험 관련 보고를 받았냐는 질문에 “아니다(없었다)”며 “핵실험 할 때 보초도 세우고 미리 발표도 하고 그러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당국이 그간 특별한 낌새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다른 나라 정보 기관도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국방 정보본부도 “한미연합사령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핵 실험에 비해 수소폭탄 실험이 비교적 간단해 이로 인해 정보 당국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군과 정보 당국은 이번 핵실험이 위력이나 강도로 볼 때 새로운 수소탄이 아닌 기존 핵실험과 유사한 형태라고 강조하고 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국방부가 “핵실험은 최소 한달 정도 전에 징후를 알아 낼 수 있다”고 자신하던 모습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보 오판 가능성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그간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 근처에 24시간 군사위성을 통해 입수한 사진 정보와 통신 감청, 인적네트워크(휴민트) 등 이른바 한미연합자산을 활용해 북한 도발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체크하는 감시체계를 가동해 왔다.
이 같은 감시체계가 먹통이 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임수 전략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사위성이 상시 주시하는 곳을 피해, 취약 시간대를 공략해 준비했을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당국 내 정보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다. 각종 사진과 정보가 개별적으로 취합됐지만 부처 내 정보 공유와 종합적 토론이 없어 정세 자체를 오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미국으로부터 사진은 받았는데, 해석하지 못했거나 혹은 일부 부처는 알았는데 정보공유가 안 되는 등 국내적으로 정보병목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밀해지는 핵실험에 비해 감시체계 한계 봉착
이에 대해 국방부 정보본부 관계자는“전반적인 사전 준비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핵실험 프로세스 상 계측기 설치나 갱도 되메우기를 봐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1, 2차 실험 때는 계측기를 밖으로 연결하는 게 보였으나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며 “기존 실험과 패턴이 달라져 핵실험 상황을 포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군 당국의 해명대로라면 현재 수준의 한미정보자산으로는 점점 은밀해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달리 보면 이는 한미간 대북 정보 감시 체제 기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에 다름 없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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