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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카페인 우울증” 아날로그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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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카페인 우울증” 아날로그 찾는 사람들

입력
2017.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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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고

게시물 반응 경쟁 스트레스

남는 건 카드빚과 피로감

스마트기기와 단절 늘어나

독서ㆍ운동ㆍ가족애에 시간 투자

‘진짜 행복 찾기’ 새 트렌드

직장인 정모(32)씨에게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스트레스다. 직장동료나 친구들이 다녀온 ‘맛집’의 음식 사진이나 명품 의류, 잡화 등을 장만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면서, 우울한 기분과 별개로 ‘좋아요’를 누르는 유체이탈 행동까지 경험하게 된단다. 정씨는 “한때 경쟁심리 탓에 주말마다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가봤지만, 남는 건 카드 빚과 피로뿐이었다”며 “내가 올린 SNS 게시물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 또한 스트레스”라고 푸념했다.

자영업자 김모(56)씨 역시 SNS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우울함을 느낀다. 가족단위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행복하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의 글을 보면서 ‘내 처지는 뭔가’라는 자괴감마저 들 때가 있다. 김씨는 “이런 기분을 솔직하게 담아 신세한탄을 하다가 부부싸움을 한 적도 많다”고 털어놨다. 결국 김씨는 SNS 탈퇴라는 강수를 뒀다. 스마트폰에 집중할 시간을 자신을 위한 일에 투자하겠다는 각오. 그는 “되도록 휴대폰보다는 운동이나 독서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며 “괜한 비교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고 뿌듯한 느낌에 기분도 한결 좋다”고 말했다.

최근 ‘카페인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기기와의 단절을 선언한 채 아날로그 세상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카페인 우울증은 김씨와 정씨처럼 SNS 안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부러워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증세를 일컫는 것으로, 대표 SNS인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조합한 신조어. 증세에 시달리는 상당수의 스마트기기 이용자들이 과감하게 SNS를 버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 자신만을 위한 운동 등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스마트기기가 아닌 아날로그 삶을 통한 행복 추구에 대한 논의와 노력은 세계적 추세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지식강연회 ‘TED(Technology·Entertainment·Design)2017’에서도 심리학자를 비롯한 유명 연사들이 윤택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 ‘스마트폰 내려놓기’를 가장 먼저 꼽았을 정도다. 미국 심리학자 애덤 알터(Adam Alter)는 “SNS나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볼수록 행복감은 떨어진다”고 진단하면서 “독서 같은 취미에는 ‘끝’이 있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습득엔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생활하는 습관’을 행복과 장수 비결이라고 꼽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스마트기기를 버리는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운동이나 독서 등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괜한 부러움을 가질 시간에,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씨 역시 “최근에는 주말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전거를 타거나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카페인 우울증이 싹 사라지고 내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고 했다. ‘SNS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고, “틈 날 때마다 신문이나 책을 읽고 있다”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38)씨는 “SNS를 ‘사진 기록공간’으로만 활용해보니, 타인의 삶과 비교할 일이 없어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 공간은 주로 자신이 겪은 ‘좋았던 일’만 올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소통’의 수단이던 SNS 본래 기능을 잊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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