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야당에 오히려 “‘후안무치’ 발언 사과해라” 주장… 야당 “적반하장” 강력 반발
조윤선은 “정무수석 11개월 간 대통령 독대 없었다”고 밝혀
야권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차원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한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상임위 차원에서 진상 규명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교문위 간사는 1일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예산결산 전체회의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문제제기를 여당이 귀 기울여 들었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조기에 진화됐을 것”이라며 “검찰 조사와 별개로 교문위 차원에서 이화여대와 미르 재단 관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간사도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대해 많은 의혹을 제기했고, 그 이후 상당부분 사실로 확정됐다”며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피감기관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요구에 염동열 새누리당 간사는 “(최씨 사태와 관련해) 사안을 덮고 비호하거나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뒤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 원활한 교문위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청문회 개최 동의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여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여야 3당 간사가 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야권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은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이 부총리 역시 최순실 딸 정모양의 특혜입학과 학사 의혹에 관해 그 동안 방치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 의원은 “장관들도 최순실 게이트에 자유롭지 못하다”며 “사과가 아니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의 태도가 야당의 큰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선공은 박경미 민주당 의원의 몫이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기간에) 교문위 야당 위원들이 이대를 전격 방문했다”고 밝힌 뒤 “그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만 하면 이런 식으로 조사라는 이름의 압박과 겁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해당 의원은 ‘야당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헌정 질서 문란이고 법치의 실종이다’고 막말을 하면서 적반하장식 사과를 요구했다”며 “해당 의원님, 사과하시죠”라고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국회가 현장 질의를 들을 때는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제 발언의 진위”라며 “마치 이 사안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무언가를 덮는다는 식으로 동료 의원의 발언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의 대응에 박 의원은 “저희가 이대 방문하기 전에 적합한 절차를 거쳐 동의를 구했다”며 “그 때 (여당이) 국감 보이콧하셨지 않냐. 그때 들르시지 그랬냐”고 맞받아쳤다. 또 “저도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후안무치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종합하고 더 이상 발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도 이에 바로 신상발언을 요청,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라며 도리어 박 의원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야당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가급적) 절제된 언어로 말했는데…”라고 말문을 연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여당 교문위원들은) 증인채택을 방해하며 최순실과 차은택 등을 비호하기 바빴다”며 “절차 중요하다 말하는 게 적반하장 아니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세로 있어야 할 새누리당이 사과를 요구했다”며 “상식에 맞지 않는 터무니 없는 요구 말고 (야권의) 청문회 요구를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야당도 정말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조 장관은 안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11개월 일하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어 “회의를 하러 들어가고 나가고 그런 때나, (대통령) 집무실에서 다른 분들이 계실 때 말씀을 나눈 적은 있지만 독대는 없었다”고 부연설명도 했다. 놀란 안 의원이 “정말이냐”고 물었지만, 조 장관은 “전화 통화는 했어도 독대는 안 했다”고 거듭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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