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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제안, 야당도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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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제안, 야당도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입력
2016.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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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여야 합의로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거국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뜻이냐”는 정 의장의 질문에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김병준 총리 카드의 철회를 시사했지만, 야권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의 2선 퇴진과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분명한 언질을 하지는 않았다.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2선 후퇴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국회추천 총리의 조각권과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대해 책임 있는 언급이 없었다”는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정 의장 역시 박 대통령에게 “국회가 추천한 적임자의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논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혼란과 갑론을박은 하야나 탄핵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권한을 제한하고 총리에 위임하는 초유의 사태임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의 권한(헌법 86조2항)은 그동안 형식적이면서 유명무실했다는 데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각 통할의 ‘실질적’ 권한 부여”는 최소한 정치적으로 책임총리 실현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만하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내각 구성 권한까지 총리에게 넘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야당이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관련한 분명한 언질 등을 요구하며 소모적 논란과 신경전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으며, 최씨가 국사를 함께한 그림자 권력이라는 점 등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잃었다. 따라서 국정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그래도 의심스럽고 또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의 다짐을 받으면 된다. 물론 총리의 권한 범위와 관련해 군 통수권과 정상회담 등 헌법상 민감한 문제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가의 권위를 고려하면서 대통령과 총리, 국회가 협의해 조정하고 결정하면 될 일이다.

남은 문제는 여야가 얼마나 이른 시간 내 적임자를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느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에 합의하라고 던져 놓은 시간벌기용”이라며 폄하했지만 스스로 말한 대로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국정 혼란을 길게 끌어가야만 할 정도로 나라 안팎의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을 보더라도 지금은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안정을 우선 고려하고, 비상시국을 책임 있게 주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일방적 총리후보자 지명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정국 혼란을 부추긴 박 대통령의 판단 미숙이다. 여러 차례 우리가 밝혔듯, 박 대통령 스스로 책임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넘겨 줄 뜻을 먼저 밝히고, 국회에 적임자 추천을 부탁했으면 훨씬 나았다.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미련을 완전히 끊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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