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치사죄 적용… 유족 반발
‘윤 일병 사망 사건’의 가해 주범인 이모(26) 병장에게 군 법원이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이 병장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 하모(22) 병장은 징역 30년, 이모(21) 상병과 지모(21) 상병은 각각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겐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돼 유족들이 크게 반발했다.
30일 경기 용인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윤 일병 사건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재판장 문성철 준장)는 살인죄로 기소된 이 병장 등 4명에게 “살인죄에 버금가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또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모(23) 하사와 이모(21) 일병 등 2명에 대해선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명이 어렵다”며 살인죄 대신 예비적 혐의인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가해 병사들이 자신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일병을 사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했다고 확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하지만“가혹행위의 정도가 잔인하고 대체 불가한 생명을 앗아가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며 상해치사죄로는 이례적인 중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피해자가 전입해 온 뒤부터 매일 번갈아 가며 폭행·가혹행위를 했다”며 “범행 횟수와 강도가 갈수록 더해졌고 범행을 은폐까지 하려 해 전혀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이 피고인들의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 하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군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 받았다. 군 검찰은 지난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병장을 사형, 하 병장 등 3명을 무기징역, 유 하사와 이 일병은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6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유 하사에게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에 대해 “폭행 등을 보고 받고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윤 일병을 폭행해 병사들의 범행을 부추기는 등 정상적이지 않게 대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일병에 대해서는 “선임의 지시로 폭행에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선처했다.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미리 준비해온 흙을 던지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는데, 어떻게 살인이 아니냐”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오열했다. 윤 일병의 법률대리인 박상혁 변호사는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군 검찰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군 검찰은 사실 오인과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즉시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이 병장 등 6명은 지난 3월 8일부터 한 달 가까이 마대 자루와 주먹 등으로 윤 일병을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군 검찰은 애초 이들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가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이 병장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추가 적용, 공소장을 변경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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