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두고 한달 간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말기 암환자가 쓴 평균 진료비가 1,400여만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신체ㆍ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보다 2.5배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 30일간 입원해 골밀도 등 각종 검사와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받은 말기 암환자의 평균 진료비는 1,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완화의료를 받은 환자의 진료비 530여만원보다 870여만원이나 더 많았다. 이는 2009~2013년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44곳을 이용한 중증 암 질환 사망자를 적극적 항암치료군과 완화의료군으로 나눠 입원기간에 따른 평균 진료비를 비교한 결과다.
분석 결과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한 말기 암환자 1만7,646명 중 적극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97.5%(1만7,207명)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완화의료군은 2.5%(439명)에 그쳤다. 완화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한 때 3%까지 올랐다가 2012년 2.6%, 지난해 2.5%로 줄어드는 추세다. 사실상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완화의료로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는 말기 암환자는 여전히 극소수인 셈이다.
중증 암환자 4명 중 3명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임종을 맞이했는데, 그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말기암환자의 73.4%가 병원 치료 중 숨졌는데 그 비율은 2011년 70.9%로 조금 떨어졌다가 지난해 75.3%(7만1,690명 중 5만4,004명)로 다시 올라갔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망자의 63.5%가 병원에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눈을 감는 경우는 24.7%로, 해가 갈수록 병원 내 사망률은 증가하고, 가정에서의 사망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보고서를 쓴 최영순 연구위원은 “임종 직전까지 검사와 항암치료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은 환자에게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에서 죽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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