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의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하승진도, 통산 블록슛 2위 찰스 로드(33ㆍ이상 전주 KCC)도 두렵지 않았다. 인천 전자랜드의 ‘작은 거인’ 브랜든 브라운(33ㆍ193.9㎝)이 리그 최강 높이를 자랑하는 KCC의 골 밑을 거침 없이 파고 들어 역전극을 만들었다.
브라운은 1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KCC와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에서 73-74로 뒤진 경기 종료 4초 전 결승점을 넣어 75-74, 1점차 뒤집기 승리를 이끌었다. 4쿼터 승부처에서만 14점을 몰아친 브라운은 27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전천후 활약으로 전자랜드에 95.2%의 확률을 안겼다. 역대 42차례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은 4강 플레이오프에 40차례나 진출했다.
브라운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아넷 몰트리의 대체 선수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5경기에서 1승4패로 고전한 전자랜드는 브라운이 합류한 뒤 7연승을 달렸고, 브라운은 ‘복덩이’로 통하게 됐다.
그는 당초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작은 키 때문에 구단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신장 측정 당시 193.9㎝로 장신 선수로 분류되는 193㎝를 ‘살짝’ 넘었다. 감독들은 “기량만 볼 때 1라운드 지명도 가능했다”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교체 카드를 꺼내기 전 브라운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호출했다. 한국 무대를 밟은 브라운은 작은 키를 221㎝에 달하는 양팔 길이로 보완했다. 또 단단한 체구로 전쟁 같은 골 밑에서 살아남았다.
브라운의 진가는 이날 플레이오프에서도 드러났다. 전반에 심판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동료 선수를 이용하지 않는 플레이로 경기를 그르칠 뻔했지만 유 감독은 브라운에게 계속 기회를 줬다. 결국 그의 진가는 4쿼터에 폭발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브라운은 집중력이 떨어지면 심판 판정에 불만이 많아지는데 그래도 잘 진정시켰다. 결국 브라운 때문에 질 뻔했다가 결국 이겼다”고 웃었다.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2차전도 브라운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다. 유 감독은 “코치들에게 브라운의 실책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편집해서 준비하라고 하고 비디오 분석에 나설 예정”이라며 “브라운의 악성 실책이 그 동안 많았던 점을 잘 상기시켜서 다음 경기 대비를 잘 시키겠다”고 말했다.
전날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는 KGC인삼공사가 84-73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모비스를 3연승으로 따돌렸던 KGC인삼공사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두 팀의 2차전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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