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비상상고 논의 등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 사건은 1975~1987년 운영된 ‘부랑아’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이 원생들에 대해 상시적으로 감금과 강제 노동, 폭행을 저질러 사망자만 513명에 이를 정도로 참혹했다. 하지만 원장 박인근(사망)은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고작 2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고, 복지원 폐쇄 후 부지가 아파트로 재개발되면서 한동안 잊혀졌다.
사건 재조사와 피해자 구제 여론이 인 것은 2012년 생존 피해자 한종선씨가 국가 책임을 물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이에 시민단체와 언론이 호응하면서부터다. 한씨 등 피해자 육성을 들으면 공권력이 주도한 납치나 다름없는 감금과 시설 내 반인권 행위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가방을 불심검문해 빵이 나오자 훔친 것 아니냐며 잡아가서 성폭행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무조건 매질을 가했다. 퇴근길에 영문도 모르고 잡혀와 며칠 후 폐렴에 걸렸다며 시신으로 실려 나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진상을 밝혀달라고 지난해부터 국회 앞에서 300일 넘게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정부 책임이 크다. 긴급조치 시기 박정희 정권의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부랑인 단속과 시설 수용의 근거였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당시 시설 종사자 증언에서 거듭 확인되듯 부산 경찰과 부산시 공무원 등 공권력이 광범위하게 동원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게다가 당시 검사로 이 사건을 수사한 김용원 변호사는 검찰 윗선에서 조사를 좌절시켰다며 “수사방해가 전두환 때문인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 규명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정부 책임은 무엇이며 사법처리 과정에서 어떤 권력의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ㆍ보상까지 하려면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 2014년 발의된 관련법은 심의를 미루다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016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서도 국회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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