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 그가 처음 존재를 예측한 중력파가 101년이 지나서 처음 포착됐다. 전세계 과학계는 “금세기 과학사 최고의 사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ㆍ라이고) 연구단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거대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13억년 전 충돌한 뒤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 지난해 9월 14일 지구에 도달했고, 이 신호를 직접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36배, 29배로 서로 주변을 공전하는 ‘쌍성’이다. 블랙홀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우주관측 기술로는 주변에 다른 별이 없으면 존재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블랙홀 쌍성이 만들어낸 중력파를 포착함으로써 처음으로 그 실체를 확인한 것이다.
중력파는 거대한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부딪히는 등 대규모 우주현상이 일어났을 때 강력한 중력이 발생해 마치 물결치듯 우주공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측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검출 성공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1년째 되는 해에 나온 성과이면서 1,000여명에 이르는 국제공동연구진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2014년 3월에도 유사한 연구성과가 나와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진은 특수 망원경 ‘바이셉(BICEP)2’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유럽 과학자들과 다시 확인한 결과 중력파가 아닌 우주먼지로 판명돼 해당 논문을 취소했다. 라이고 연구진은 이번 검출에 대해 “우주먼지 등 오류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력파 검출 성공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완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도입했던 가설들 대부분이 정설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중력파를 찾아내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과학계가 확신해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번 검출 성공이 라이고 연구진에게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줄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라이고의 중력파 연구에 우리 과학계도 한 몫 했다. 우리 과학자 약 20명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의 지원을 받아 라이고 연구단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정밀분석을 수행했다. 따라서 이번 중력파 검출에 노벨상이 주어지면 첫 한국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강궁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대변인은 “한국 참여자들의 수상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2009년부터 라이고 연구에 참가해 일부 기여했을 뿐이어서 1960년대부터 꾸준히 라이고 실험과 중력파 연구를 해 온 외국 과학자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12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에서 이번 중력파 검출 성과에 대해 별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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