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선 김 위원장 국감 참여 선언에 중진들 ‘화들짝’
문 걸어 잠그고 “너를 위해 막는 거야” 고성 설득
김영우 “개혁 개혁 하면서… 좀 놔둬”… 김무성 방문 설득에도 안 굽혀
김영우 “갇혀 있다” 문자 알려지면서 112신고 경찰 출동 해프닝까지
국방위 국감 무산돼서야 풀려나… 당 정책위 북핵ㆍ사드팀장서 해임
27일 오전 11시 50분쯤 국회 국방위원장실에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세균 사퇴관철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성태 본부장과 조원진 최고위원, 권성동ㆍ황영철 의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위원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김영우 국방위원장과 얘기를 나눴다. 위원장실에서는 “김 형!” “너를 살리기 위해 막는 거야” 등의 고성이 새어 나왔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감 복귀를 선언하면서 당은 발칵 뒤집혔다. 김 위원장의 돌발 행동이 다른 온건파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국감 보이콧 단일대오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마침 비박계 이혜훈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야가 서로 물꼬를 트고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중요한 국감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느냐”고 말한 터였다. 비대위 지도부는 원내대표실에서 곧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가 여의치 않자 국방위원장실로 이동해 김 의원 설득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예고한 낮 12시가 지났지만 위원장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의 감금이었다. “아, 좀 놔두세요, 좀! 맨날 ‘개혁’‘개혁’ 하면서 말이야. 맨날 얘기 했잖아요”란 김 위원장의 항변이 새어 나왔다. 상황이 예사롭게 돌아가지 않자 오후 1시 30분쯤 김무성 전 대표도 위원장실에 나타나 문을 두드렸다. 김 전 대표는 “그런 생각이 있다면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지도부 결정에 대해 비판도 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에 해야지, 느닷없이 국감에 복귀하겠다고 문자를 돌린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김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비박계 수장인 김 전 대표의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20분 만에 혼자 방을 나선 김 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대답하지 않겠다”란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감금’이 아닌 ‘설득’이라고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이 예고한 국방위 개회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국방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안타깝다”며 자신이 감금된 상황임을 분명히 했다. 이 바람에 이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이 “국방위원장이 감금돼 있다”고 112에 신고를 해, 경찰이 국회에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오후 3시 6분쯤 국방위 국감이 무산되자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풀려난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세균 의장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우리가 비판하는 마당에 국회에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인 국정감사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중대한 의회민주주의 파괴”라고 국감 복귀 소신이 바뀌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내부 균열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 수호를 위해 강력한 단일대오를 거듭 호소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며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 본인 사정 때문”이라며 당 정책위 북핵ㆍ사드팀장을 김 위원장에서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표 시절 당 수석대변인을 2년간 지냈으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선돼 당 대표를 겸하며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때 비대위원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YTN 기자 출신으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경기도당 직능본부장, 여의도연구소 정책자문위원 등을 거쳐 18대에 국회에 입성해 경기 포천ㆍ연천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부터 총결집했다. 초선의원 20여명은 정 의장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찾아갔다가 정 의장이 외부 일정 때문에 국회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오전 10시에는 의장실 앞 복도에서 의원총회가 열었고, 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과 징계안도 국회에 제출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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