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에 보고되지 않아 책임 없어" 국방부 검찰단 조사 시도조차 안 해
'셀프 수사의 한계' 논란 거세져 사이버요원들 불기소에 비난도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련 댓글 수사가 4일 연제욱(소장), 옥도경(준장) 전 사이버사령관 등 5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수사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윗선 개입 여부를 밝혀내려는 시도조차 안 한 것으로‘꼬리 자르기 수사’‘셀프 수사의 한계’라는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김관진 조사 자체 안해…또 봐주기 논란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두 전직 사령관이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된 배경과 관련해 “이모 전 심리전단장이 두 전직 사령관에게 매일 대응할 기사와 대응 방안 등을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그 이상의 윗선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관련 내용이 김관진 당시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아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두 전직 사령관과 이 전 심리전단장의 진술만 듣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김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라도 조사해야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당시 김 장관에게 보고됐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아 수사할 근거가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단에 앞서 수사를 진행한 국방부 조사본부도 지난 8월 수사결과 발표 당시 “김 전 장관은 일일 사이버동향과 정책홍보와 관련된 ‘계기 홍보활동에 관한 작전’결과만 보고 받았다”며 “장관은 위법행위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그러한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이버사 요원들이 남긴 정치적 댓글이 1만2,800여건에 달하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정치관여 행위가 사이버사령관 단독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두 명의 사령관이 약속이나 한 듯 연달아 아무런 지시도 없이 정치관여 행위를 승인했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사이버사의 정치활동을 지원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조사하면서 유독 김 실장만 조사대상에서 배제한 이유도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조사본부가 지난해 12월 김 전 기획관을 조사한 사실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두 전직 사령관은 혐의 강하게 부인
검찰단 수사에서 두 전직사령관에 대한 혐의는‘정치관여 특수방조’에서 ‘정치관여’로 바뀌고 위법 댓글도 7,100건에서 1만2,800건으로 늘었다. 검찰단 관계자는 “지난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에서 정치관여를 폭넓게 해석한 판례의 영향을 받았다”며 “원 전 국정원장 1심 판결에서 목적 여부에 관계 없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방한 글은 정치적 댓글이라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재분류해 정치적 댓글이 늘었다”고 말했다. 검찰단에 따르면 ‘천안함의 일을 아직도 의혹이라고 북한의 대변인처럼 이야기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이런 언론을 그냥 받아 들여야 할까요?’나 ‘많은 국민들이 한미FTA를 기다려왔다. 한미FTA가 수출증대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처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것처럼 비쳐지면 정치적 댓글로 분류됐다.
그러나 두 전직 사령관 모두 “댓글을 다는 행위가 정치개입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져 치열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단 관계자는 “이들의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 증인 소환이나 심문 등이 길어지면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도 못 마칠 수 있다”며 사건이 일반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시사했다. 두 전직 사령관 모두 임기제(2년)로 진급해 올해 12월 31일 전역한다.
한편 검찰단이 정치적 댓글을 게시한 혐의로 형사입건된 다른 사이버 요원 19명을 불기소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군의 온정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단은 조사본부가 지난 8월 정치관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23명의 군인 및 군무원 중 이날 기소한 4명(이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해 12월 기소)을 제외한 19명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군 조직에서 상관의 직무상 지시에 따른 행위라는 점을 참작해 불기소하기로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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