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최순실 추천으로 주미얀마 대사 임명” 인정
朴 “문화 쪽 외 인사 추천 없다”던 해명 거짓으로 드러나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 임명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문화계 외에 최씨에게 인사 추천을 받은 적이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해명은 온전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31일 “유 대사가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이날 오전 귀국 후 곧바로 최씨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된 유 대사는 미얀마와 관련한 인연이 전혀 없어 외교부 내에서도 “아무리 청와대 낙하산이지만 너무하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최씨는 임명 두 달 전인 지난해 3월 유 대사를 만나 면접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삼성 임원 출신인 유 대사를 굳이 천거한 건 최씨와 삼성 측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 대사의 진술은 박 대통령의 최근 해명을 무색하게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 보수성향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인사를 천거하는 과정에서 문화부 외에 다른 부처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최씨가 이권과 관련해 외교부 대사 인사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무정지 전후로 계속돼온 박 대통령의 결백 주장 또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차 대국민사과 당시 청와대 보좌체제가 완비된 2014년 이후 최씨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최근 최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에서 2015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말씀자료 파일이 발견돼 거짓 해명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은 최씨가 유 대사를 자리에 앉혀 미얀마를 대상으로 한 박근혜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K타운 프로젝트에 개입, 이권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M사 대표에게 프로젝트 대행사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며 회사 지분을 일부 넘겨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은 이날 최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았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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