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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 이외수의 글이?…유명작가 사칭댓글 범람

입력
2015.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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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또 대통령 돼야” 글 퍼지자

조정래 “최초 작성자·유포자 수사 의뢰”

이외수 사칭 스님에 막말 글도 나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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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 이외수씨. 최근 유명 소설가들의 이름을 사칭해 인터넷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연합뉴스
소설가 조정래, 이외수씨. 최근 유명 소설가들의 이름을 사칭해 인터넷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연합뉴스

유명 작가들의 이름을 사칭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 해프닝으로 여기던 작가들도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태백산맥’ ‘정글만리’ 등을 쓴 소설가 조정래씨는 16일 자신의 이름이 달린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글의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조씨는 “현직 대통령이 여자라는 점을 이용한 성적 발언으로 작가를 파렴치한으로 몰고 국가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으로 개헌 및 정권연장을 언급함으로써 작가의 정치적 입장을 제멋대로 왜곡”했다며 최초 작성자 및 블로그 게시자, 카카오톡 메시지 유포자까지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글은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란 제목으로 10월 27일 우편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랐다. “나이 환갑진갑 다 지난 할매지만 한 번 안아보고 싶을 정도로 품행이 반듯하다”로 시작해 박 대통령을 칭찬하는 이 글은 “박근혜야말로 진정 우리가 필요한 대통령이니 헌법을 고쳐서라도 (…) 다시 한번 대통령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끝난다. 이 게시물은 각종 사이트로 퍼져나가 한 독자가 팩스로 작가에게 진위여부를 묻기에 이르렀고, 조씨는 육필로 이를 부인하는 답장까지 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원 게시물이 활개를 치며 파장이 커지자 끝내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이외수 소설가도 사칭자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 최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당시 인터넷에는 ‘이외수의 일갈’이라는 제목으로 “대체 중놈들은 뭣하는 놈들이냐. 영장이 발부된 현행범을 보호해주다니 (…) 범인을 즉각 경찰에 인도하라”는 글이 나돌았다. 작가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이름을 도용, 스님들께 막말을 해댄 글이 여러 인터넷 매체에 떠돌고 있다”며 “당사자의 해명, 삭제, 사과가 없을 때에는 강력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이씨는 트위터를 사용하는 덕분에 해당 글이 퍼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조씨는 그냥 넘어가겠거니 하다가 한달 넘게 루머에 시달려 왔다.

이씨는 2012년 대선 때도 자신을 사칭해 투표 독려 전화를 돌린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씨는 부인을 통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모호해 피해가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인터넷도 또 다른 사회인만큼 뚜렷한 질서가 세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게시물들은 극우성향 사이트에서 시작돼 방문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다른 사이트로 확산되는 양상을 띤다. 유명 작가들이 정치적 댓글놀이에 이용되는 것은 인지도가 높은데다, 평소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는 정반대 내용의 게시글이 한층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씨와 이씨는 작품에서 보수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 작가들의 이름으로 박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글은 더 큰 관심을 모으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가들의 인지도가 이념 갈등의 진흙탕싸움에 악용된 셈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명인 사칭부터 최근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까지 온라인 상에 정치적 목적의 루머가 횡행하면서 한국 인터넷 게시물의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며 “이는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의 순기능을 죽일 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분야인 IT 산업의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칭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으나 현행법으로 처벌은 쉽지 않다. 7월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온라인에서 타인의 이름, 사진, 영상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조정래 작가가 자신을 사칭한 게시글과 관련해 독자에게 해명하는 육필 답장.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쓰여 있다.
조정래 작가가 자신을 사칭한 게시글과 관련해 독자에게 해명하는 육필 답장.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쓰여 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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