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 10명 중 3명은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고, 특성화고 여학생의 절반 가량은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가 고졸시대를 열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선취업 후진학’ 특성화고 육성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기술교육대의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특성화고 재학생의 진로선택과 직업교육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성화고 재학생 43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 후 진로로 전문대 및 대학 진학을 택한 비율이 31.2%에 달했다.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에 맞게 ‘취업’을 진로로 택한 학생은 56.7%였다. 진로 방향으로 대학 진학을 선택한 이유는 ‘고졸 학력만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41.7%로 가장 높았다. 학력에 따른 직장에서의 차별과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학생들이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는 ‘(저조한) 성적 때문’이라는 응답이 50.3%로 가장 많았다. 특성화고 교사 1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학생들이 학교와 전공을 잘 알고 선택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학생 대부분이 오랜 기간 학업부진으로 적성ㆍ흥미와는 무관하게 특성화고에 입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적성과 무관하게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학교에 계속 다니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28.3%는 ‘다니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절반(44.7%)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포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고졸 취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취업 후진학’ 정책은 현실과의 괴리가 컸다. 학생 절반 가량(45.5%)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싶다고 했으나 조사에 참여한 6명의 기업 관계자들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주로 중소제조업체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 진학을 위한 휴직이 쉽지 않고, 대학을 졸업할 경우 기업들은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 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이 제도가 달갑지 않은 것이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취업(진로)지도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적절한 일자리 부족(43.5%)과 학생들의 동기 부족(31.8%)을 꼽았다. 교사들은 “좋은 일자리 부족이 학생들의 동기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졸자를 위한 양질의 취업처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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