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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강유빈 기자

등록 : 2018.03.06 17:51
수정 : 2018.03.07 00:31

전ㆍ현직 의원 이름도 나돌아… 정치권 ‘미투’ 초긴장

'안희정 성폭행' 파문

등록 : 2018.03.06 17:51
수정 : 2018.03.07 00:31

#“감춰진 사건 많다” 의견 지배적

9급 비서 여성 비율은 72.5%

“성희롱이 일상” 자조 섞인 반응

‘빙산의 일각’ 기류에 與野 비상

#의원 등 전권 쥔 인사제도 문제

의원 보좌진, 고용 보장되지 않아

내부고발자 찍히면 채용 어려움

“국회 차원서 고발 창구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 등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젠더폭력대TF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여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폭로를 기점으로 정치권에도 ‘미투’(#Me Too) 태풍이 본격 상륙했다.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초긴장 상태다.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지난해 미투 캠페인이 본격화한 뒤 전ㆍ현직 각료를 포함해 소속 의원 36명이 성희롱 명단에 오른 영국 집권 보수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 “터질 게 터졌다”…전ㆍ현직 의원 거론

국회 보좌진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 “정치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문화ㆍ예술계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대학 등으로 번져나갈 때 결국 정치권이 정점을 찍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성 추문 사건이 터져 나오긴 했지만, 드러난 것보다 수면 아래 감춰진 사건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 이날 호남 현직 의원, 서울ㆍ충청 전직 의원 등의 성 관련 의혹이 조만간 폭로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일부 보좌진들은 “성희롱 성추행이 일상”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내놓는다. 국회 의원실이 위계 구조를 바탕으로 한 권위주의가 사회 다른 영역보다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인력 구조부터 젠더(성) 불균형이 심각하다. 2017년 7월 기준, 국회 보좌직원의 남녀 성비는 7 대 3 정도다. 특히 직급별 여성의 비율은 가장 낮은 9급 비서의 경우 72.5%에 달하는 반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낮아져 가장 높은 4급 보좌관의 경우 5.9%로 급감한다. 여성 보좌진 다수가 남성에 비해 낮은 직급에서 일하고 있다.

정치권이 대외적으로는 여성들의 유리천정을 깨겠다고 외치면서 정작 보좌진 사회의 유리천정은 내버려둔 탓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흔히들 민주당은 동지적 관계, 한국당은 관료주의적 관계로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를 설명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위계라는 말이 빠진 것”이라며 “민주당은 동지적 위계, 보수당은 관료주의적 위계 구조”라고 지적했다.

상급자 평판이 절대적인 고용 구조

의원실의 경우 의원이나 선임 보좌관 등이 전권을 행사하는 인사제도가 구조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의원 보좌진은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별정직)이지만 다른 공무원과 달리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국회에서의 첫 실명 미투 동참자인 A씨는 “의원실을 옮길 때조차 상급자의 평판은 다음 채용 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보좌진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법적 절차를 밟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냥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국회사무처ㆍ예산정책처ㆍ입법조사처 등 국회 직원과 의원 보좌진이 참여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내부 고발자가 되면 어느 의원실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멀쩡히 일했는데 갑자기 저녁 때 그만 둬라 이런 일이 흔히 있을 수 있다”며 “고용이 전적으로 의원 마음에 달려있다”고 의원실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인사 구조상의 문제가 힘(권력)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의 토양이 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한 데 대한 보상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을 차지한 사람은 자신에게 집중된 돈, 인맥 등으로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타인에 대한 폭력도 스스로 용인해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자발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안 전 지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 영역에는 안 전 지사와 같은 ‘선수’가 있고 그 밑에 딸린 ‘식구’(보좌진)들이 있는데, 선수가 무너지면 식구들도 밥줄이 끊기는 구조”라며 “결국 내부에서 그냥 덮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은 “용기 있는 누군가의 고발에만 기댈 게 아니라 실제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고발 창구를 마련하고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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