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한달 가까이 돼 가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청와대에 유폐된 상태다.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권위 상실로 인해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과 22일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이후 청와대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혼선도 빚어졌다. 후임이 내정된 경제부총리의 어정쩡한 지위 등으로 인해 국민경제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시스템마저 내부에서 무너지는 징후가 농후한 가운데 국회의 탄핵 발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내달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유력하다. 야3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가세한 탄핵 찬성파는 이미 탄핵소추 처리가 가능한 재적의원 3분의2 선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친박계 중심의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있고,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려 헛된 애를 쓰고 있지만 박 대통령을 엄호할 세력이 되지 못한다. 그럴 힘도 없고,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원성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높아만 가고 있다. 26일 열린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인원이 참여했다. 남녀노소는 물론 어린이까지 대동한 가족단위의 참여자들도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대통령으로는 역대 최저인 4%까지 추락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매번 100만 명을 넘어 이제는 전국적으로 200만 명 가까운 국민이 참여한 하야ㆍ퇴진 집회를 두고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민심 이반이 빚어진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박 대통령의 문제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개입ㆍ방조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공모 혐의로 확인되면서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를 ‘대기업의 선의’ 등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범법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영이 설래야 설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잃었고 국가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 이번 주 초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 국민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회피하면서 언제까지 표류하는 나라를 그대로 방치하느냐이다. 사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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