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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손잡고 나들이하듯… 110세 할머니도 한 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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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손잡고 나들이하듯… 110세 할머니도 한 표 행사

입력
2016.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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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 앞둔 상주도 이른 아침 들러

동명이인 때문에 투표 못하고

사전투표자 적발 등 해프닝

손가락 번호 흔들다 경찰 연행도

선관위 홈피 또 디도스 공격 당해

미래 유권자의 손을 잡은 부모, 마스크를 쓴 청년, 지팡이를 짚거나 부축 받은 노인까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전국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 유권자의 손을 잡은 부모, 마스크를 쓴 청년, 지팡이를 짚거나 부축 받은 노인까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전국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황사비와 고농도 미세먼지에도 전국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하고도 다시 투표를 하려던 유권자가 적발되거나 동명이인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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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고령에도, 가족끼리, 상중이지만 ‘한 표’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2투표소 종로구보건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원형식(86)씨는 “내일 기분 좋게 한 잔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원씨는 “이 동네에서만 78년 살았는데 열에 여덟 번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됐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기 수원 장안구 조원동의 110세 송화분 할머니는 전국 최고령 투표자로,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원2동 송원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봄 나들이를 가듯 투표소를 찾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은미(40ㆍ여)씨 부부는 6세 남매 쌍둥이를 데리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투표소를 찾았다. 이씨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아이들이 어려 남편과 번갈아 투표소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같이 나오니 교육적 효과도 있는 것 같다”며 “워킹맘이어서 바쁘지만 보육 정책만큼은 꼼꼼히 살펴보고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에서는 부친상을 당한 상주가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부친의 발인을 앞두고 이날 오전 7시30분쯤 상복 차림으로 옥천읍 3투표소를 방문한 전영표(59)씨는 “비록 상 중이지만 나라의 일꾼을 뽑는 권리를 포기할 수 없어 발인에 앞서 투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 개표장인 청운동 경기상고 강당에서 13일 오후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 개표장인 청운동 경기상고 강당에서 13일 오후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사전투표 후 다시 투표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경기 하남시 신장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남성 유권자 2명이 사전투표를 하고도 다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려다 제지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후 중복 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투표자의 신분증을 스캔해 보관한다”며 “이를 통해 두 명의 남성 유권자 모두 사전투표한 사실을 확인, 중복 투표를 제지했다”고 말했다. .

서울 구로구에서는 동명이인 때문에 한 여성이 투표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김모(31·여)씨는 이날 오후 5시 구로구 제6 투표소를 찾았다가 이미 투표가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전투표도 하지 않았던 김씨는 자신이 투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선관위는 투표가 이미 이뤄졌고 동명이인은 없다고 주장, 결국 김씨는 투표종료 시각이 넘어 투표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김씨와 이름이 같은 한 유권자가 투표소를 잘못 찾아 이곳에서 김씨 대신 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의 한 투표소에서는 40대 남성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쯤 대덕구 중리동 중리1투표소 앞에서 김모(45)씨가 손가락으로 특정 정당의 번호를 흔드는 행위를 했다. 투표소 관계자들이 만류했지만 김씨는 계속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했고,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이날 술을 마신 뒤 투표소인 중리주민센터로 쌀을 타러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 비방 전단이 대거 뿌려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무소속 채현 후보측 선거사무장 곽모(24)씨 등 5명은 이날 경쟁상대인 무소속 김영순 후보를 비방하는 전단지 1,900여장을 아파트 단지 등에 살포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구개표소에서는 개표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선거사무원 실수로 서구갑인 양3동과 서구을인 화정3동의 사전투표함 위치가 뒤바뀌어 놓이는 바람에 투표용지가 섞였기 때문이다. 투표용지를 다시 분류하느라 20여분 간 중단된 개표는 오후 7시30분쯤 재개됐다.

선관위 홈피 또 디도스 공격 받아

이날 오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또다시 분산서비스거부인 디도스(DDOS)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2분부터 3분간 선관위 홈페이지의 ‘내 투표소 찾기’ 서비스가 디도스 공격을 받았으나, 즉시 사이버 대피소와 위원회 보안 전용장비에서 공격을 전격 차단해 피해를 막았다. 앞서 선관위 홈페이지는 2012년 19대 총선과 2011년 재보궐선거 때도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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