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가 30일 오전부터 인쇄에 들어갔다. 투표용지에는 기호 1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부터 15번 김민찬 무소속 후보까지 15명의 이름이 인쇄된다. 다만 21일과 29일 각각 사퇴한 김정선 한반도미래연합 후보와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 이름 옆에는 ‘사퇴’가 표기된다. 이로써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 3자 단일화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세 후보 역시 당내 일각의 여전한 단일화 추진 움직임에도 불구, 대선 완주의지를 확실히 했다. 유 후보는 소속 국회의원 및 기초의원 탈당 사태를 부른 단일화 요구를 일축한 채 “5월 9일 투표용지에 기호 4번 이름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과 단일화하면 TK 표가 떨어져나가서 할 필요가 없다”“안 후보와 단일화하면 그 표가 전부 문 후보에게 간다”고 말했다. 조만간 지지율이 안 후보를 앞지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단일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후보 또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한국당을 포함한 공동정부 구성을 언급한 데 대해 선거 이후 정부 구성에 대한 얘기일 뿐 단일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투표용지가 인쇄되더라도 물밑 협상과 여론에 따라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투표용지 인쇄 후 단일화는 효과가 반감되는 데다 세 후보의 완주 의지가 강해 3자 단일화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는 명분 없이 권력만 좇는 합종연횡은 시대착오적 구태라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안 후보 등의 완강한 부인에도 반문(反文) 보수 단일화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간 대선을 앞두고 몇 차례 이뤄졌던 야권연대는 복지 확대 등 나름 개혁 의제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반면 지금의 보수 단일화는 명분도 원칙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후보를 반대하기 위한 이합집산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기 어렵다. 각 정당은 노선과 이념 등 자기 정체성에 따라 승부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건 대선 이후다. 초유의 안보ㆍ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세력 간 협치와 연정이 불가피하다. 통합정부든 개혁공동정부든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지 않는 한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각 정당은 명분 없는 단일화에 매달릴 게 아니라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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