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0%로 인하했다. 사상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 8월 2.50%에서 2.25%로 내리고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2.00%로 운영됐을 때와 같아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결정은 경기가 자꾸 나빠져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경제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경기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월 4.0%에서 7월 3.8%, 이번에 3.5%로 계속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유로존의 경기침체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어 금리인하가 시급했던 측면이 있었다. 한은이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 금리부분에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일단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저금리 상황이라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정책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총수요가 부족해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면 부동산투기 등 엉뚱한 곳으로 자금이 쏠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금리를 낮춰도 투자나 소비 등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걱정거리다. 최근 두 달간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완화조치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이 11조원이나 늘어 1,00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리를 인하해도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 오히려 돈이 돌지 않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금리, 특히 미국의 금리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큰 부담이다. 미국의 경우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를 예고한 뒤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이 예상되면 환차익 등의 이유로 이탈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정책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금리정책은 일시적으로 경기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뿐 경제성장 잠재력을 근원적으로 키울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반드시 금리정책과는 별개로 내수부양이나 기술혁신 등 경제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 같은 저성장 국면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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