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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중회담에서 ‘살수대첩’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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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중회담에서 ‘살수대첩’ 거론?

입력
2017.04.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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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 한중 수천년 역사 설명

北 움직이기 쉽지 않다” 말해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隨)ㆍ당(唐)도 못 꺾었던 나라를 함부로 할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당초 30분 안팎 예정이던 시 주석과의 일대일 회담이 2시간 이상 길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이 한국과 중국의 수천 년 역사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북한을 움직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 역사에 밝지 않은 만큼 시 주석이 대북 압박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거론한 한중 역사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평소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영화를 재연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과거 중국 통일왕조와 고구려ㆍ고려ㆍ조선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사와 한민족이 끝까지 중국에 굽히지 않았던 역사를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나라가 고구려 원정 실패로 멸망하고 당나라 태종 역시 안시성 패배로 고구려 정복을 단념한 뒤 중국 통일왕조 지배자들은 무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한반도를 직접 통치하지 않는 걸 불문율로 여겨 왔다. 남송을 정벌한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도 화친을 위해 찾아온 고려 원종을 만난 뒤 “당 태종도 얻어내지 못한 고구려의 항복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고려 체제를 유지시켰다. 삼전도의 굴욕을 안기기는 했지만 청 태종이 남한산성에서 나와 항복한 조선의 인조 정권을 그대로 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상 외교에서 한중 정상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양국 역사를 내세우는 건 처음이 아니다. 대표 사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국을 수백 번 침략한 나라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뼈아픈 과거사를 잊겠느냐”고 말했다. 또 “나는 이런 점을 우리 국방부 장관에게도 늘 주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 경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외교정책인 ‘동북아균형자론’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탈미, 친중’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류를 불식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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