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인호 이사장 등 KBS 이사들이 업무추진비(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쓴 사실 등을 공개하면서 해임 건의나 이사 연임 추천 배제 등의 인사 조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언론노조KBS본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년여(이사장은 3년여) 동안 이사 10명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핀 것이다. 그 결과 휴대폰 구입과 개인 동호회 활동, 단란주점 이용 등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이 1,176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선물을 구입하고 식비 등으로 사용하면서도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증빙 자료를 첨부하지 않아 부당 사용이 의심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아 7,419만원이나 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이사들은 KBS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군색하게 들린다.
공영방송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 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돈이라도 엄격히 집행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감사 결과는 그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KBS 이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일깨운다. 물론 일부 이사가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식의 반발로써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의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안 그래도 KBS 이사들은 8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파업을 방관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을 감싸기만 할 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고 사장 퇴진 요구가 나온 배경을 생각하면 충분히 나올 만한 비판이다. KBS가 그동안 편파적이고 불공정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가정보원과 함께 좌편향 직원의 축출 등을 기도하는 등 스스로 방송의 자율성을 해쳐 왔다는 의심이 무성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중계에도 차질이 빚어지리란 우려마저 무성하다. 고 사장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지만, 스포츠 중계 및 기획 담당 등 실무진의 걱정은 매우 크다고 한다. 평창올림픽은 초고화질 중계 등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게 많아 서둘러 준비하고 연습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 계획과 방송단 규모, 예산 등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고 사장이 직원들의 신망을 잃고 리더십이 붕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확정하지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 확인된 만큼 즉각 상응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계기로 KBS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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