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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업호감지수 44.7점 불과…“기업 먼저 정도경영을” 주문도

입력
2016.04.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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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를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영화와 드라마 속 설정들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A 대기업의 한 임원은 5일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관객 1,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을 대표적 예로 꼽았다. 극중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안하무인과 이에 대한 관객의 분노는 반(反)기업 정서로 이어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의 지분을 일부 소유한 사람과 기업 그 자체는 구별돼야 한다”며 “한 사람의 잘못으로 조직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호감은 그리 높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월 조사한 국민들의 ‘기업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44.7점에 불과했다. 특히 윤리경영실천(21.9점)과 사회공헌활동(39.7점)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았다.

반기업 정서란 용어는 2001년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의 22개국 최고경영자(CEO)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CEO 중 70%가 반기업 정서를 실감한다고 답하며 확산됐다. 당시 한국은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은 국가로 조사됐다. 2012년 유럽집행위원회(EC)가 주요 4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국은 기업가에 대한 반감(broadly unfavorable)이 불가리아(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나라(17%)였다.

B 대기업 관계자도 “관치 경영으로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해온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사회에 돌려주는 기업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인식이 많다”며 “대기업을 ‘자기들만 잘 사는 집단’으로 여기는 왜곡된 풍토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는 ‘반재벌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기업 정서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는 재벌과 총수의 올바르지 못한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는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기업인의 사기를 꺾고 장기적인 국가 경제 발전에도 이롭지가 않다. 더구나 반기업 정서가 큰데도 구직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에 취업하길 원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사회를 유지하는 중추조직이 기업이고 대부분은 그런 기업에서 일하면서 먹고 사는데 반기업 정서가 크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기업이 선진국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거나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먼저 정도경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이윤 창출이란 대국민 경제교육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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