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접경지역인 황해북도 개풍군의 농촌마을에서 소형 태양광 패널 30여 개가 관측됐다. 대부분 가로 세로 50㎝ 내외 크기로 부족한 생활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주민들이 구입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양 시내의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으나 오지나 다름없는 최전방 마을에서 태양광 패널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당 지도부가 핵 개발에 열을 올리는 동안 주민들은 부족한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北 최전방 마을서 태양광 패널 최초 관측
평화ㆍ오두산전망대에서 초망원렌즈 촬영
부족한 생활 전력 충당 위해 설치한 듯
본보 View&(뷰엔)팀이 9월 15일부터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초점거리 800㎜의 초망원렌즈를 통해 개풍군 삼달리 일대를 살펴 본 결과 쓰러질 듯 허름한 가옥의 지붕이나 창문에 태양광 패널 여러 개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대남 선전용으로 알려진 3~4층짜리 공동주택의 ‘창문 없는 창틀’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태양광 패널이 다수 관측됐다. 이 밖에 가로 2m가량의 대형 패널을 한 개 또는 여러 개 설치한 경우도 발견됐는데 이는 군부대나 공공기관 용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관찰한 개풍군 임한리의 경우도 비슷했다. 논두렁 사이로 소 달구지가 오가고 난방용 볏짚과 옥수수대가 지붕마다 널린 낙후된 풍경 속에서 사각형 패널은 하나같이 햇빛이 내리쬐는 남쪽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평화전망대와 오두산전망대에서 불과 3~4km 떨어진 개풍군은 북한 내 최전방 지역으로 일반인들도 망원경을 통해 관측이 가능하다.
개풍군 민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용량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같은 크기의 중국산 제품을 기준으로 볼 때 50W 정도로 추정된다. 백열등과 같은 기본 조명이나 TV 1대를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로 낮 동안 충전한 전기를 밤 시간 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 학자 모임인 NK지식연대 김흥광 대표는 “군사지역인 만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곳은 군부대 장교 숙소이거나 주민들 중에서도 수완이 아주 좋은 사람들의 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에서 50W 용량의 태양광 충전 설비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은 50만원(우리 돈 6만3,000원) 정도인데 웬만한 가정의 2~3달치 생계비에 해당하는 거금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은 ‘부 또는 능력의 상징’으로 통하고 사회ㆍ경제적 계층에 따라 패널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김 대표는 “전기 공급이 태부족한 북한에선 아직도 석유 등잔을 켜고 사는 주민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전기 조명을 쓸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꼭 장만하고 싶은 물건”이라고 전했다.
50W 패널 구입에 2~3달치 생계비
낮에 충전, 밤에 백열등ㆍTV 가동
김정은 집권 후 태양광 에너지 적극 장려
고질적 전력난 주민에게 떠 안기는 北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대체 에너지 활용을 강조해 왔다. 뒤 이어 집권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3년 ‘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하고 현지 지도와 신년사 등을 통해 기관이나 단체, 개인이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서 태양광 패널을 취급한다고 하면 당국이 곧바로 무역 허가증을 발급해 줄 정도로 장려하는 품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더해 2000년대 후반 대중 무역이 확대되고 구매력을 갖춘 주민이 많아지면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요가 크게 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태양광 설비는 46만개가 넘는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의 전기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주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생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태양광이 북한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지만 중앙 정부로선 주민들의 전력 자급자족이 늘면 늘수록 제품 수입 및 조립 판매를 통해 수익을 높일 수 있고 군부대나 산업시설에 공급할 전기도 확보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