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욱 시인 등 올 신춘문예 당선자, 작품 하나를 하루 관찰한 뒤 감상글
“우리는 두 개의 우주이다. 두 개라는 것은 완전해질 수 없는 숫자이다. 영원히 포개어질 수 없는 그림자이다. 나는 너를 생각한다. 나는 우리라는 것을 한참 동안 생각해야 한다. 그곳에 우리가 있다. 우리는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되고 싶다.”(윤종욱, ‘이클립스’)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윤종욱 시인은 설치미술작가 정성윤의 작품 ‘이클립스(일식)’를 하루 동안 집에서 지켜봤다. 앙상한 철제 기계장치 위에서 두 개의 검은 플라스틱 원이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며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현대미술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라는 윤씨는 “방 안이 마치 거대한 우주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소개하는 짧은 글을 썼다. 정성윤 작가는 “만남이란 주제로 좋은 글을 써 주었다”고 말했다.
5일부터 시작한 서울 대치동 UNC갤러리의 기획전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은 2015년 신춘문예 당선자 네 명과 미술작가 네 명의 만남을 주제로 삼고 있다. 시인과 소설가가 미술작가의 작품 하나를 하루간 관찰한 후 도록에 소개글을 실었다. 전시를 기획한 김채원 큐레이터는 “미술 작품을 해석할 때 도움을 주는 텍스트를 젊은 문학작가에게 부탁해 작품 관람객들이 작품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획취지를 밝혔다.
박민하의 추상화 ‘엠티 노이즈’에는 소용돌이 속 짧은 고요를 읽어낸 김성호의 시가 붙었다. 독일 화가 토비아스 레너의 추상화는 꿈 속에서 깨진 거울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만났다는 한정현의 단문 소설을 받았다. 장성욱은 일그러진 사람 얼굴을 닮은 라이너 노이마이어의 추상화에서 ‘죽음’을 발견하고 3편의 소설을 썼다. 흡인력 있는 소설을 읽고 나서 작품을 바라보면 정말로 죽음의 심연에 빠져들 것만 같다.
윤종욱 시인은 전시도록에 “같은 듯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만나는 순간을 생각한다”고 적었다. 서로를 스쳐 지나는 ‘이클립스’의 두 원처럼 분야가 다른 두 작가의 만남은 일시적이지만 언젠가 있을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질 테다. 윤씨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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