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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 미각 1%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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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 미각 1%를 찾아라!”

입력
2017.07.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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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분위기서 500명 응시

치킨 튀길 때 이상적인 온도

조각 맛보고 상표 맞히기 등

필기ㆍ실기 과반 득점 때 합격

“역사 쌓이면 자부심 생길 것”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킨 튀기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정답 180도)

“페리카나와 멕시카나는 같은 회사다?” (정답 X)

이처럼 쉬운 듯 쉽지 않은 치킨 관련 문제가 자타공인 치킨 마니아들을 웃기고 울렸다. 국내 최초, 아마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치믈리에 자격시험’ 현장 풍경이다.

중복이었던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렸다. 치믈리에란 ‘치킨’과 와인 감별사를 일컫는 ‘소믈리에’를 합친 신조어로 치킨 감별사 혹은 전문가를 뜻한다. “대한민국 치킨 미각 1%를 찾아라”라는 구호를 내건 이번 시험은 음식배달 응용 소프트웨어(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주최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소믈리에가 있듯, 1인당 연간 닭 20마리를 소비하는 치킨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치믈리에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포스터. 우아한형제들 제공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포스터.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개최 사실만으로 전국의 치킨 마니아들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7일 시작된 참가 신청에는 1시간도 안 돼 정원 500명이 꽉 찼다. 이날 시험장에는 닭 탈을 쓴 응시자, 68일 된 아기를 등에 업은 아빠 응시자 등이 빗길을 뚫고 자리했는데, 충남 보령시부터 부산, 심지어 영국에서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험은 1교시 필기 20분과 2교시 실기 30분으로 이뤄졌다. 시험 범위는 오로지 ‘치킨’. 필기는 듣기평가 3문제를 포함한 총 30문제, 실기는 12문제였다. 이 가운데 각각 절반(필기 15문제, 실기 6문제) 이상을 맞혀야 합격이다. 합격자(28일 발표)에게는 ‘치믈리에 자격증’이 주어진다.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도구. 실기시험용 치킨 세트(왼쪽)와 시험지, OMR카드. 우아한형제들 제공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도구. 실기시험용 치킨 세트(왼쪽)와 시험지, OMR카드. 우아한형제들 제공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이날 치킨 마니아들을 진정한 시험에 들게 한 건 2교시 실기였다. 프라이드, 가루, 양념, 핫(매운) 치킨 3개씩, 총 12개의 치킨 조각을 맛보고 각각 무슨 치킨인지 맞히는 시험이었다. 눈 감고 먹으면 콜라와 사이다도 구분이 어렵다더니, 익숙한 맛인데도 이름을 가리니 그 치킨이 그 치킨인 듯 헷갈린다는 신음이 잇달아 들린다. 핫치킨 세 조각을 연달아 먹고 미각 마비를 호소하는 응시자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배부름은 또 다른 복병이었다. 치킨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배달해 먹는다는 대학생 정유나(19)씨와 김민지(19)씨는 “가루는 치킨마다 특징이 분명해서 쉬웠는데, 양념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나왔다는 응시자는 “우리 회사 것도 못 찾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험은 시종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응시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난이도에 당황하다가도 진행을 맡은 장성규 아나운서가 “인식이 안 될 수도 있으니 OMR 카드에 양념 떨어뜨리지 말라”며 장난 섞인 핀잔을 주자 웃음을 터뜨렸다. 간혹 치킨의 짝꿍인 ‘치킨 무’나 맥주를 찾는 응시자도 있었는데, 주최 측은 모두 공평하게 콜라만 제공했다. 500인용을 미리 준비해 둔 탓에 실기 시험용 치킨이 차갑게 식어 나온 건 옥에 티였다.

우아한형제들은 내년에 2회 시험을 개최할 계획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역사가 쌓이면 많은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자격증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시험에 통과해도 별도의 상품은 없다. 국내 첫 치믈리에라는 명예만 따를 뿐. 우아한형제들 제공
시험에 통과해도 별도의 상품은 없다. 국내 첫 치믈리에라는 명예만 따를 뿐.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믈리에가 되면 좋은 점? 엄마한테 자랑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믈리에가 되면 좋은 점? 엄마한테 자랑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킨 시킬 때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치킨 시킬 때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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