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서 한류스타 이민호 팬미팅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이벤트
“진탄(김탄)을 직접 볼 수 있다니… 너무 기뻐서 믿어지지가 않아요.” 중국 칭다오에서 온 장징원(28ㆍ여)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씨는 15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류스타 이민호 팬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전 입국했다. ‘진탄’은 드라마 ‘상속자들’의 주인공 ‘김탄’의 중국식 발음이다. 행사 시작까지는 아직 4시간이나 남았지만 경기장 주변은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저마다 플래카드를 펼쳐 들거나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주인공 이민호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이민♥호’라고 쓰인 한글 LED 피켓을 흔들며 열광했다. 감미로운 팬미팅에 이어 ‘스컬 & 하하’의 열정적인 공연과 카리스마 넘치는 ‘K-Tigers’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한류를 만끽했다. 롯데면세점이 ‘패밀리페스티벌 2016’의 일환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는 오로지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한류문화 이벤트다. 이날 잠실 주경기장에 모인 외국인 관광객은 총 2만명, 가이드만 800여명에 타고 온 버스는 500여대에 달했다.
K-POP 콘서트와 같은 대중문화(엔터테인먼트)와 관광(투어)을 결합한 엔터투어먼트가 관광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패밀리페스티벌과 이를 연계한 관광객 유치 활동은 엔터투어먼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250여개 해외 현지 여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패밀리페스티벌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면서 중국인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입국한 2만명 중 중국인 1만 5,000명 외에 나머지 5,000명이 일본과 대만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한류 팬들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행사를 통해 거둔 경제효과를 약 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中ㆍ日ㆍ比 등서 팬 2만명 참석
열정적 공연 따라 ‘떼춤ㆍ떼창’
“스타도 보고 쇼핑도 즐겨 행복”
패밀리페스티벌이 열리기 2~3일 전부터 순차적으로 입국한 관광객들은 페스티벌 참가 일정을 제외하고는 봉은사와 코엑스 등 강남권 명소를 둘러보거나 면세점과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즐겼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직장인 스치엔치엔(29ㆍ여)씨 역시 15일 패밀리페스티벌 직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들러 핸드백과 선글라스, 화장품 등을 구매했다. 그는 “좋아하는 한류스타도 직접 보고 중국에서 구하기 힘든 ‘믿을 만한 명품’도 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문화콘텐츠와 연계한 우수 관광상품을 계속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하반기 잠실 주경기장에서 또 한 차례의 패밀리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 관광산업 경쟁력 높이는 엔터투어먼트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을 앞세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관광산업은 엔터투어먼트의 대표적인 예다. 2011년과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판매된 공연 티켓의 18.4%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소비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에선 롯데면세점이 2014년 이후 한류문화 콘텐츠인 패밀리페스티벌과 쇼핑, 관광을 연계해 총 11만 1,5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유치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머물며 쓴 돈은 2,900억여원(중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경비 263만원 기준, 한국관광공사 2013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면세점 2014년 이후
관광객 11만여명 직접 유치
K-POP 관람 관광객들
“다시 방문할 것”응답 많아
최근 우리 관광산업의 현실을 살펴보면 엔터투어먼트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23.5% 늘어난 1,6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835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입국율은 일본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일본 재입국율이 80%에 이르는데 비해 국내 재입국율은 20%에 그쳤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관광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엔터투어먼트를 보다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 쇼핑보다 한류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여행상품의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김진영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방문 시 K-POP공연 등 한류문화를 경험한 관광객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한국방문만족도, 향후 재방문 의도, 타인에 대한 한국여행 추천 의도 모두 높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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