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안에 합의한 중국의 향후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북제재안 합의와는 별도로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미중 간 갈등현안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유엔 제재 이행에는 동참하겠지만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촉구하는 등 강온 양면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도 이전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과 유엔의 결의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다만 대북제재안에 대한 미중 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병행하자고 제안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안을 이행하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일변도의 기류에 마냥 끌려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얽혀 있는 여러 갈등 현안은 물론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중국이 눈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도 북한을 향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돌아서 북중교역의 40%가 넘는 석탄ㆍ철광석 등 광물수입 중단과 북한 상선의 제3국 항만 입항 금지 등에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포괄적인 고강도의 제재안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구체적인 이행 단계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 교역액의 90% 가까이가 중국 기업들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공식화하기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독자 제재를 취하는 순간 북한의 고립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 스스로가 한미일 삼각동맹에 포위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 내 금융권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은 꽤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특히 유엔 대북제재안의 발효 이전에라도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공개 제안한 것은 사실상 이 같은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6자회담 논의 틀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이라는 ‘투 트랙’으로 가져가자는 주장은 동북아에서 미국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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