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종북몰이 확산 예상… 與, 대치전선 대공세 계기로
야권은 중장기적인 재편 놓고 새정치 2월 전대가 주요 변수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제도권 정당이 해산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정치권은 메가톤급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당분간 사회 전반의 보수화ㆍ우경화 바람이 거셀 전망이고 이는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선실세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국면전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야권은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좌표 재설정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비선실세 의혹에 이념대립까지… 與, 국면전환 시도할 듯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연말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여야가 이미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하는 와중에 이념적 색채가 짙은 통진당 해산 논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 주류세력이 통진당과 일정한 선을 그어왔던 만큼 당장은 정치권에서 이념논쟁이 격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번 헌재 결정 이후 전 사회적으로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진보진영을 겨냥한 ‘종북몰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그 불똥은 언제든 정치권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
특히 여권 입장에선 비선실세 논란에 따른 수세 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한 손쉬운 무기가 ‘색깔론’이다. 직접적으로는 해산된 통진당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내는 수단이지만, 넓게 보면 한 때 통진당의 야권연대 파트너였던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범진보진영까지 압박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전가의 보도’다. 헌재 결정 직후 “종북숙주 노릇을 하는 정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을 겨냥한 것은 앞으로의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전격적인 통진당 해산 결정은 여권에게 국면 전환의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간 정국을 강타했던 비선실세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데도 좀처럼 여론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민하던 여권에게는 헌재 결정이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고민 깊은 野, 정치적 좌표 설정 고심… 연말정국 시계제로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의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야권에게 훨씬 크다. 한 축이었던 진보진영의 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정치적 균형추가 무너질 공산이 커졌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진당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적이 있는 새정치연합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 훼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힌 게 단적인 예다. 당내에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 기류가 상당하지만, 자칫 종북세력 옹호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것이다.
물론 문재인ㆍ박지원ㆍ안철수 의원 등과 ‘86세대’인 이인영ㆍ오영식 의원 등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겼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지만, 이 역시도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문제삼는 수준은 아니었다. 당 전체가 여권의 ‘종북숙주론’ 공세에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야권 재편을 포함한 정치적 좌표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내년 2ㆍ8 전당대회에선 당권 주자들의 이념노선과 정체성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선 야권연대를 대체할 전략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치권 전체가 통진당 해산 결정의 후폭풍에 휩싸일 공산이 큰 상황에서 내주에 나올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연말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정국 현안들은 올스톱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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