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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부인의 편지

입력
2017.06.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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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정숙씨’는 손편지를 잘 쓴다. 활달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또 다른 소통방식이다. 포스트잇 같은 데 투박한 필체로 갈겨 쓴 짧은 글에서 정감이 물씬 묻어난다. 관례와 격식을 깨 눈길을 끌었던 지난달 19일 5당 원내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 때도 김 여사의 손편지가 등장했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 후식으로 내놓았던 인삼정과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원내대표들 손에 선물로 들려 보냈는데, 여기에도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귀한 걸음 감사하다,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 이날 오찬에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김 여사에겐 황현산 수필집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했다. 김 여사가 이 수필집을 읽고 노 원내대표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다. 14일 열린 ‘2017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축사를 한 김 여사는 마침 동석한 노 원내대표에게 정유정 작가의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답례로 선물했는데, 여기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번엔 손으로 직접 쓰지 않고 컴퓨터 자판으로 작성해 출력한 꽤 긴 글이다.

▦ 노 원내대표는 “동봉한 편지가 참 따뜻하다. 함께 나눌 내용이 많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공개한다”며 김 여사의 편지 전문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 한 대목이 짠하다. “(황현산) 선생의 글 구절구절에서 저의 처지를 생각해 봅니다. 새시대가 열린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아픈 일들로 가득합니다. 저야말로 이제는 ‘그 책임을 어디로 전가할 수도 없는 처지’에 이르러서 마음만 공연히 급해집니다”라고 쓴 부분이다. 얼핏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서도 고위직 인사논란과 산적한 현안에 봉착한 새 정부의 처지를 떠올리게 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트위터에 공개한 김정숙 여사의 편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트위터에 공개한 김정숙 여사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방호준 서울출판예비학교 13기 반장, 김정숙 여사, 정유정 작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연합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방호준 서울출판예비학교 13기 반장, 김정숙 여사, 정유정 작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연합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짧은 기간에 영부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관례적인 행사 말고도 원내대표 초청 오찬, 민주당지도부 초청 만찬과 같은 공식 비공식 행사에 대통령과 동반 참석하는 일이 꽤 잦아 ‘정무특보’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너무 나서는 게 아니냐며 모종의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 원내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배어나듯 ‘속 깊은 성찰’이 바탕에 있다면 기우에 지나지 않을 터. 소통 내조와 함께 고단한 국민의 삶을 따뜻이 보듬는 영부인의 상을 새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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