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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핵무장론’은 무책임한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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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핵무장론’은 무책임한 여론몰이”

입력
2016.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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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유철 등 ‘북핵포럼’ 32명

“비핵화 포기” 등 거침없는 주장

여야 참여 국회 특위도 제안

핵무장 반대급부 언급 않고

포퓰리즘 편승해 감정적 대응

“소모적 정쟁보다 현실적 대안을”

새누리당 원유철(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주최 긴급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원유철(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주최 긴급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까지 불사한 강경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포퓰리즘에 편승한 무책임한 여론몰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핵무장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는 함구한 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감정적 대응으로 접근해 사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겨 북핵 해법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 일각에서 비현실적 담론으로만 존재하던 핵무장론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 힘을 실어주면서 공론화 논의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여기에 야권에서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 검토를 주장하는 등 일부 의원들이 소수 의견으로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북핵 포럼)’은 12일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하는 국회 북핵 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하며 핵무장론 논의에 총대를 멨다. 성명서에 이름을 함께 올린 새누리당 의원 32명은 독자적 핵무장 수준의 실질적 프로그램 마련,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배치 등을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북핵 특위가 국회 내 일종의 핵무장 태스크포스(TF)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북핵 포럼이 국회에서 개최한 긴급간담회에서는 대북 강경파 일색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즉각적인 폐기, 북핵 대응을 위한 국방 특별 예산 100조원 편성,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핵 잠수함 건조 추진, 레짐 체인지를 위한 극비 군사작전 등의 주장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간담회 직후 원유철 의원은 “김정은의 도발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 북핵 보다 두 배 이상 도입하는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포럼에서 나온 제언을 담아) 입법과 예산 지원에 나설 것이다”며 보조를 맞췄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서지컬 어택)까지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이 독자 핵무장 조치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반대급부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대책 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가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경우 비핵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게 돼 경제적 제재가 불가피하고, 외교적 고립도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우려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른바 미소 냉전시대의 전략인 공포의 균형이 비이성적인 김정은 정권 앞에서 작동한다는 걸 장담할 수 없고, 일본의 핵무장 등 애꿎은 동북아 핵 도미노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원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변국을 지혜롭게 설득하면 될 것이다”는 추상적 답변만 내놨다. 때문에 강경한 안보 프레임을 유지해 정국 주도권을 잡거나 보수층 결집에 나서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술핵 배치 문제 역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어긴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우리가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과거 정권이 검토했지만 실익은커녕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폐기처분 했던 방안들 아니냐”며 “정치권이 뒷감당도 하지 못할 거면서 안보 불안 심리를 더욱 조장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의 가능성마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되는 일들은 그야말로 장기 프로젝트다”며 “당장은 강력한 대북제재 이후 비핵화 회담으로 북한이 나오게 하는 데 논의를 집중할 때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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