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19일 오후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이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출마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면서 한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일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층의 거센 요구에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 강력한 ‘친문’ 경남지사 후보를 통해 보수세가 강한 부산 울산 등 PK 지역을 장악하려던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했을 법하다.
김 의원은 이날 “특검을 포함한 어떠한 조사에도 당당히 응할 것”이라며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권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댓글 조작을 주도한 김모(필명 드루킹)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드루킹의 인사 추천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검경 수사에서 의혹의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6월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드루킹이 주도한 정치모임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격려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새로운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보수야당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4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야권의 정치공세가 과도한 감은 있으나, 여권의 피해자 코스프레와 뒷북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야당의 저질 공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화살을 야당에게 돌렸고, 청와대는 “정부ㆍ여당에 흠집을 내거나 모욕을 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특검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댓글 조작이 지지자의 개인 일탈이라는 여권 주장은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드루킹이 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연히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 민주당의 조직적 개입 여부 등이 규명돼야 한다. 여권은 댓글 조작이 있었던 데 대해 사과하고 검경 수사에 협조하는 게 옳다. 검경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만이 소모적 정치 공방과 국민적 의혹을 잠재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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