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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빈곤 가구 82%, 10년 지나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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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빈곤 가구 82%, 10년 지나도 제자리

입력
2017.03.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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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가구주 65% 경제활동 못해

기초생활보장제 문턱 높아지며 악순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업을 하던 이모(51)씨는 발달장애 1급인 큰 아들(25)을 돌보면서 가계가 점차 쪼그라들어 10여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려면 아내는 하루 종일 큰 아이에 매달려야 했고 비용 부담도 상당했다. 이씨조차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요즘은 일손을 거의 놓은 상태다. 4인 가족에게 한 달 130만원 남짓의 기초생활수급비는 생활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 이씨는 “수급자 자격 박탈이 되지 않기 위해 음성적으로 대리운전 등을 하고 있다”며 “한번 미끄러진 사람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없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0년 전 저소득층으로 분류됐던 10가구 중 8가구는 지금도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두 해 빈곤에서 탈피했다가도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빈곤으로 떨어진다. 도돌이표 빈곤이다. 저소득층이 중산층 이상으로 이동하는 빈곤탈출률도 지난해 역대 최저치로 낮아졌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72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한 ‘2016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생계 급여, 기초연금 등 생계비 현금 지원을 받은 가구의 81.6%가 10년이 지난 2015년에도 같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처지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의료급여, 건강보험료 경감 등 각종 의료비 지원의 경우 5년 뒤인 2010년까지 이어진 경우가 79.1%였던 반면 다시 5년 뒤인 2015년에는 82.0%로 오히려 높아졌다. 일시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다가 금세 다시 추락한 가구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패널가구 중 전년도 저소득층이 중산층ㆍ고소득층으로 올라간 ‘빈곤탈출률’은 지난해 23.1%로 첫 패널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였다.

저소득층 가구가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가구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주는 60세 이상이 68.7%로 일반 가구(21.9%)의 3배 이상에 달했다. 또한 가구주의 장애(22.2%), 만성질환(79.8%)의 비율 역시 높았다. 노인이나 장애인, 만성질환자의 비중이 높다 보니 집안에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가구주의 65.2%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일반가구(13.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이들 가구주는 63.7%만이 근로가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일반 가구주는 96.1%가 근로가 가능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근로능력 평가 강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빚을 내 더 큰 빈곤으로 빠지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며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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