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2시간 감정 뒤 판단 유보
경찰이 위작으로 결론 지은 본인 작품들을 검증한 이우환(80) 화백이 진위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위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해 온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태도여서 사실상 위작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화백은 27일 오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찾아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 ‘점으로부터’ 및 ‘선으로부터’ 시리즈 13점을 두 시간 정도 직접 감정했다. 그는 감정을 마친 뒤 입장 발표를 보류하고 “29일 다시 방문해 작품 진위여부를 최종 판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화백의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이 화백이 진품과 기법, 사용한 물감을 다시 확인한 후 (위작 논란 작품들과) 대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의 추상화인 이 화백 작품의 특성상 진위여부를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만큼 보다 면밀한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이 화백이 위작 중 한 작품에 작가감정서를 써 줬다는 경찰 설명에 대해서도 “그림의 진위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 화백이 이날 살펴본 13점은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감정 및 한국미술품감평원 등 미술전문가들의 안목감정에서 모두 위작으로 판명됐다. 이 화백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생존 작가의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감정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과학ㆍ안목감정을 먼저 실시했다. 이 화백은 그간 “내 작품은 고유의 호흡으로 그려 모방하기 어렵다”며 위작 유통을 부인해 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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