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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 기자

등록 : 2018.01.29 16:43
수정 : 2018.01.29 23:18

[밀양 화재 참사] 방화기능 없는 전기배관실이 굴뚝 역할… 불법 비 가림막은 연기 배출 막아

등록 : 2018.01.29 16:43
수정 : 2018.01.29 23:18

각층마다 연기 막는 장비 없고

배관 입구도 방화문 아닌 일반문

대형화재 때마다 ‘확산 통로’ 지적

“아파트ㆍ병원 등 전수조사” 목소리

불법 증측된 것으로 조사된 2층 통로 '비 가림막' 모습(빨간색 원 표시). 비 가림막때문에 많은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병원 안에 갇혀 있었다. 밀양=이상무 기자

2015년 의정부아파트 화재, 지난달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방화ㆍ방연 처리가 되지 않은 ‘전기배관실’이 연기 확산 경로 중 하나로 드러나면서 다중이용시설, 아파트, 병원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방 전문가들은 상당수 건물을 지으면서 법 규정을 무시하고 전기배관실에 방화ㆍ방연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29일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연기가 확산된 경로는 크게 3곳으로 ▦중앙계단 ▦엘리베이터 통로 ▦배관 공동구다. 여기서 ‘배관 공동구’는 통상 ‘전기배관실(EPSㆍElectrical Piping Shaft)’로 불리는데, 경찰은 이곳을 통해 가장 먼저 중환자실ㆍ수술실ㆍ입원실이 있는 3층 이상으로 연기가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연기가 올라간 건 중앙계단 쪽이지만, 3층에는 중앙계단 쪽 연기를 막는 방화문이 닫혀 있어, 2층 화장실 쪽에 있는 전기배관실을 통해 3층 이상으로 연기가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배관실은 건물에 들어가는 파이프나 전선을 연결하기 위해 1층 또는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수직으로 뚫은 긴 통로’다. 문제는 방화ㆍ방연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전기배관실이 불과 연기의 이동 통로가 되고, ‘굴뚝효과’까지 생겨 급속히 건물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방시설법상 모든 건물의 전기배관실 전체는 ‘방화구획’으로 설정된다. 전기배관실 입구에는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고 양쪽에 1.5㎜ 철판이 붙어있는 ‘갑종 방화문’을 설치해야 하고, 전기배관실 내부는 층마다 화염이나 연기를 막을 수 있는 콘크리트 가림막과 같은 ‘층간 분리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세종병원 전기배관실은 2층에서 6층(4층없음)까지 연결돼 있지만 층간 분리 시설은커녕 방화문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을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세종병원 배관 공동구(전기배관실)에는 각 층마다 연기를 막을 수 있는 설비가 확인되지 않고, 전기배관실 입구도 철판 재질의 방화문이 아닌 일반 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중소형 건물의 경우 제대로 법을 지키면서 전기배관실을 설치하는 건물은 많지 않다”며 “여러 대형화재에서 불과 연기의 이동통로가 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보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종병원 본동과 요양동을 잇는 2층 통로가 플라스틱 ‘비 가림막’으로 막혀 있어 연기가 외부로 빠져 나가지 못해 2층 피해가 컸다.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난 뒤 비상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온 연기가 요양병동으로 연결된 통로로 나갔지만, 통로를 덮고 있는 비 가림막에 막혀 다시 병원 2층 안으로 대량 유입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비 가림막도 불법 증축된 것으로 관련법 위반 검토는 물론 설치를 지시한 책임자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밀양=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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