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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혁명]정유사, 원유 배합 비율 찾는데 ‘빅데이터’ 활용…수익 쑥쑥

입력
2017.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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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전통 굴뚝산업에도 효자

휘발유ㆍ경유 등 수요에 적절 대응

SK이노베이션 작년 영업이익 3조원 넘길 듯

독일 지멘스 공장은 생산설비 디지털화로 불량률 뚝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유 공장 원유분석실 파일럿 플랜트 앞에서 직원들이 원유시료를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유 공장 원유분석실 파일럿 플랜트 앞에서 직원들이 원유시료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공장 원유분석실. 원유 정제시설을 100만분의 1로 축소한 ‘파일럿 플랜트’에선 짙은 갈색의 벙커C유와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3일전 파일럿 플랜트에 들어간 원유 20리터가 정제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종류의 기름으로 나뉘어진 뒤 시료병에 담기는 순간이다. 이렇게 정제된 기름은 사람의 염기서열처럼 원유 고유의 성질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라도 색깔, 점도, 성분 비율 등이 제 각각이기 때문에 정제돼 나오는 기름의 종류와 양도 모두 다르다. 엄주필 SK이노베이션 선임대리는 “사람들은 원유라 하면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산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만 떠올리지만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원유는 수백 여 종에 달한다”며 “원유의 고유 성상을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 300여종의 원유 시료를 분석, 이를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는 원유 간 배합(블렌딩)의 기초 자료가 된다. 통상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 경유 등은 서로 성격이 다른 원유를 섞어 정제한 결과물인데, 어떤 원유끼리 섞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제품의 양과 품질도 달라진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경유 값이 비쌀 때는 경유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배합을, 항공유 수요가 높을 때는 항공유를 좀 더 뽑아낼 수 있는 원유 블렌딩이 필요하다.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원유 배합 현장에선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기술(IT)까지 융합하고 있다. 변혜진 SK이노베이션 대리는 “원유 블렌딩은 기름의 가격, 환율, 공장 가동률, 원유 수급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원유 배합 전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화 작업 덕에 시장 상황에 맞게 제품을 공급하고 시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 같은 전통 굴뚝산업에 원유 배합 알고리즘 기술이 융합되면서 SK의 수익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매출 40조50억원, 영업이익 3조187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은 17.3% 줄어들지만 영업이익은 52.5% 급증,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욱 SK이노베이션 팀장은 “공장 정기 보수작업까지 진행했는데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IT 기술 융합의 힘을 보여준다”며“전사적으로 데이터를 통한 최적화 과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지멘스사의 암베르크 공장
독일 지멘스사의 암베르크 공장

데이터 혁명으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현실화한 생산 현장으론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Amberg) 공장도 빼 놓을 수 없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암베르크 공장은 생산시설들이 IT 시스템으로 서로 연결돼 있고, 제품 생산 시기와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지능까지 갖춰 ‘스마트 공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공장은 자동차, 패션 등 일반 제조업체의 생산시설에 스마트 공정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전자칩 ‘시마틱 컨트롤러’(SIMATIC Controller)를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설비를 ‘스마트 공정’을 활용해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공장에서는 제조가 시작되기 전에 부품을 포함한 생산 요소들이 모두 데이터화해 디지털 메모리에 저장된다. 생산요소들은 공장 생산라인에서 각각의 아이디로 식별되고 생산 설비는 공정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다. 각 생산 구역에서 작업이 마무리되면 품질도 자동으로 검수된다. 목표 규격에서 벗어난 제품은 즉석에서 확인이 돼 보수가 필요한 경우 해당 요청이 자동으로 시스템에 보내진다. 보수에 추가 부품이 사용되면 이 기록과 부품의 재고상황까지 업데이트 된다.

귄터 클롭쉬 한국지멘스 디지털화 부문 대표는 “공정 진행사항은 물론 제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자체 디지털 메모리에 저장되기 때문에 생산의 각 단계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며 “이는 제품과 생산설비가 서로 직접 통신해 생산 시스템을 유연하게 하는 스마트 공장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정을 도입한 뒤 암베르크 공장의 불량률은 크게 개선됐다. 1989년 일반 제조 공정을 통해 칩을 만들었을 때 불량품은 100만개당 500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11개에 불과하다. 생산량도 8배나 높아졌다. 암베르크 공장은 현재 생산 및 자원 정보 흐름의 75% 이상이 자동화로 운영되는데 지멘스는 향후 자동화율이 높아지면 불량률은 더 떨어지고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롤랜드 부시 독일지멘스 경영이사회 부회장은 “99.9989%의 놀라운 수율은 생산설비의 디지털화가 이룰 수 있는 성과의 실질적인 예”라며 “디지털 혁명으로 부를 수 있는 인더스트리 4.0은 앞으로 에너지, 교통, 헬스케어, 제조업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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