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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 지진안전점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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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 지진안전점검 현장

입력
2018.01.22 15: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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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전문가 얘기에 ‘쫑긋’

내진 위한 보강 방법 알려 주자

불안해하던 얼굴이 환해져

건축구조기술사인 서규석 선구조엔지니어링 대표가 19일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 기둥이 내진 배근이 됐는지 RC-레이더로 확인하고 있다.
건축구조기술사인 서규석 선구조엔지니어링 대표가 19일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 기둥이 내진 배근이 됐는지 RC-레이더로 확인하고 있다.

“이 건물은 내진 배근이 안 돼 있습니다.”

건축구조기술사인 서규석(59) 선구조엔지니어링 대표가 19일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 1층 주차장에서 RC-레이더로 필로티 기둥의 배근 상태를 확인한 뒤, 입주민 한모(50)씨에게 말했다. 이 건물은 건축법상 내진 설계 대상이고, 이에 따라 내진 성능을 갖추려면 필로티 기둥의 주 철근을 감싸는 후프(hoop) 철근이 17.6㎝ 이하여야 하는데 이날 검사 결과 30㎝ 간격으로 보다 넓게 나온 것이다.

결과를 들은 한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럼 기둥을 탄소섬유로 감싸는 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미리 생각해 놓았던 대안에 대해 물었다. 탄소섬유로 기둥(주 철근)을 감싸는 건 필로티 건물의 대표적인 내진 성능 보강 방안 중 하나다. 이에 서 대표는 “좋은 방법이지만 탄소섬유를 붙일 때 쓰는 에폭시는 불에 잘 타기 때문에 반드시 탄소섬유에 내화 피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래도 건물 코어인 엘리베이터가 한 쪽에 쏠려 있지 않고 정 중앙에 있어 안정적”이라며 “보강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씨의 표정이 그제서야 조금 밝아졌다.

한씨가 이날 받은 건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시작한 지진안전점검 서비스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서울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시가 시민 불안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시 홈페이지나 120 다산콜센터, 시 시설안전과로 신청을 하면 서 대표와 같은 전문가를 포함한 3인 1조 혹은 4인 1조가 방문해 건축물 상태를 진단하고 보수, 보강 방법을 설명한다. 시 시설안전과 직원들도 동행해 시에서 운영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지진자가점검시스템 활용 방법을 안내하고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 책자도 배부한다. 모든 비용은 무료다.

한씨는 “포항에서 필로티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이 서비스를 알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입주할 때 받은 하자보수금이 있어 그 돈으로 보강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 건물 16세대를 대표해 안전 점검을 신청했다.

시는 현재까지 접수된 156건 중 123건의 안전 점검을 완료했다. 신청 건물 중 필로티 건물은 68건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포항 지진 이후 커진 국민적 관심에 비해 실적은 저조한 편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박철규 시 안전점검팀장은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심리 때문”이라며 “막상 점검을 받은 사람들은 건물 상태와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알 수 있어 상당히 만족해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원래 해당 서비스를 다음달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으나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기한 이후에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글ㆍ사진=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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