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 연구, 네이처 홈피 소개
유명 그림 속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양미술 변천사를 수치화한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회화작품들의 특성을 표현한 공식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에 적용했더니 시대별로 각기 다른 모나리자가 탄생했다.
KAIST는 15일 “정하웅 물리학과 교수와 손승우 한양대 응용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진이 “중세 이후부터 약 1,000년에 걸쳐 그려진 서양화 1만여 점의 디지털 데이터(이미지 파일)를 물리학의 ‘복잡계’ 연구방식으로 분석해 시간이 흐를수록 그림 속 명암 대비 효과가 증가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유명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주목해야 할 연구’로 선정돼 네이처 홈페이지 첫 화면에도 함께 소개됐다.
특정 시스템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가 얽히고 설킨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를 복잡계라고 부른다. 그 안에서 규칙이나 질서를 찾아 수학식으로 나타내는 게 복잡계 연구방식이다. 연구진은 1만여 점의 회화 속에서 색상과 명암, 채도 등의 요소를 추출해 이들 간 관계를 나타내는 함수를 구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밝고 어두움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윤곽선이 분명해지고 색상이 다양해지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 수학식을 적용해 상상해본 중세 이후의 모나리자 작품 역시 르네상스 시대의 원본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 교수는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색을 직접 섞지 않은 채 오직 덧칠로만 다양한 색을 표현하던 중세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푸마토 기법(경계선을 부드럽게 처리)에서 키아로스쿠로 기법(명암 표현을 극대화)으로 넘어가는 중세 이후 서양미술사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에 숨겨진 복잡성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앞으로 데이터 과학이 더욱 기여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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