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의원 거취 결정 데드라인 돼서도
최고위, 결론 못 내리고 떠넘기기
공관위도 “劉가 결정을” 입장 고수
1주일 넘게 책임 회피 ‘핑퐁 게임’
“유권자 우롱하는 처사” 거센 비난
4ㆍ13 총선에서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한 사람을 축출시키기 위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막장극이 결국 갈 데까지 갔다.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23일에도 핑퐁 게임을 하며 결론을 내지 않고 사실상 유 의원의 탈당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솎아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선 후보자 등록 전날까지 심사결과 발표도 하지 않고 유 의원의 자진탈당만 기다리는 공관위와 지도부의 행태를 놓고 ‘무책임 공천’, ‘이지메 공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유 의원의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공관위에 공을 넘겼다. 지난 1주일 간 공을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반복했던 지도부와 공관위는 이날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은 “유 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수적 우위인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공천권은 공관위가 결정할 문제”라며 사실상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을 넘겨 받은 공관위는 평소 오전에 열던 회의를 이날에는 이례적으로 오후 7시에 여는 등 유 의원이 고민할 수 있는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았고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진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 직무유기의 극치를 보였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대구 동을(유 의원 지역구)의 경우는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며 “내일 아침 9시에 회의를 다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이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탈당을 종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직선거법(제49조)상 후보자 등록 기간에는 당적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23일 자정 전 까지 탈당을 해야 한다.
양측의 미루기는 지난 15일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김희국(대구 중ㆍ남), 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의원 등 유 의원 측근을 컷오프(공천배제)시킨 이른바‘3ㆍ15 공천학살’ 이후 되풀이되고 있다.
유 의원의 공천을 놓고 공관위와 최고위가 결론을 떠넘기며 집권여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는 이유는 유 의원을 내칠 마땅한 명분이 없는 데다 공천에서 내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수도권 역풍 등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나는 (유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린다. 그런 게 서로간에 좋지 않느냐”며 본분을 망각한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공관위는 최악의 경우 여당의 텃밭인 대구 동을에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 카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당이 지역유권자를 우롱하는 오만한 처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러한 결정조차 내리지 않았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동을에)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의 공천을 담당하는 기구가 결정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아예 결론을 내리지 않는 직무유기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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