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김재욱 “드라마 속 절대악 촬영할 때 후유증도"

알림

김재욱 “드라마 속 절대악 촬영할 때 후유증도"

입력
2017.04.03 16:39
0 0
배우 김재욱은 "모태구 역할이 강렬해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좋은 이엔티 제공
배우 김재욱은 "모태구 역할이 강렬해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좋은 이엔티 제공

몸에 딱 맞아떨어지는 슈트 차림에 몸동작은 우아하다. 상류층의 품격이 풍기는데 밤만 되며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돌변한다. 운동기구인 케틀벨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려치고 살해 전 고문을 즐기는, OCN ‘보이스’의 모태구는 국내 어느 드라마 속 악인보다 잔혹했다. 살인 자체를 즐기는 이 ‘절대악’을 표현하는 데 배우 김재욱(34)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욱은 “아직 범행 장면의 잔상이 남아있다”며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보이스’는) 배우 김재욱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될 대표작”이라고 말했다.

김재욱은 “상류층에서 나고 자라 모태구의 몸에 배여 있을 습관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잔인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이 공존했으면 한다는 김홍선 PD님의 주문”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큼 강렬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재욱의 연기 이력은 제법 오래됐다.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에서 밴드 베이시스트 역할로 연예계에 입문해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꽃미남 종업원 노선기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화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2008), 영화 ‘덕혜옹주’(2016), KBS2 ‘매리는 외박중’(2010)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10년 넘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기대주’다.

김재욱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상업성보다 연기하는 즐거움”을 택한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주연 자리를 포기하거나 비주류 영화에 종종 출연하곤 했다. ‘보이스’ 출연도 역할보다는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했다. 출연배우 중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된 그는 “처음엔 모태구에 매력을 느꼈다기보다 1~4화까지 읽은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재욱은 모태구를 연기하면서 10년 만에 꽃미남 종업원의 이미지를 털어냈다.

배우 김재욱은 "극 중 모태구는 연민의 여지도 없는 악인"이라며 그가 죽는 결말에 만족했다. OCN 방송화면 캡처
배우 김재욱은 "극 중 모태구는 연민의 여지도 없는 악인"이라며 그가 죽는 결말에 만족했다. OCN 방송화면 캡처

대사량이 많고 빠르게 전개되는 범죄 스릴러이다 보니 애드리브를 만들어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모태구가 마지막 화에서 112 신고센터 골든타임팀원 심대식(백성현)을 살해하는 장면은 달랐다. 심대식이 “여기서 사람들을 죽인 거냐?”고 묻자 모태구는 싸늘하게 “넌 지금 그게 중요해?”라고 반문하는 모습이 살기 어린 풍경을 연출했다. 김재욱은 “그 장면의 대사는 거의 다 애드리브였다”며 “PD님이 모태구에 대한 저의 해석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나온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와 감독이 훌륭한 재료를 주면 배우는 그걸 현장에서 요리해야 하는데 재료가 좋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촬영 내내 사람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소화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하기도 했다. 고동철(황상경)을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는 호흡이 빨라지고 몸이 떨리는 ‘후유증’을 겪었다. 김재욱은 “극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나 스스로 내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기 싫을 정도로 살이 빠졌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고생보다 성장의 보람이 큰 작품이다. 10년 전 ‘커피프린스 1호점’ 때를 돌아봤을 때 ‘보이스’가 김재욱에게 남긴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10년 전엔 연기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죠. 지금은 앞서 연기한 경험을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