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용 기자

등록 : 2017.05.21 14:17
수정 : 2017.05.22 23:23

“스마트폰만 보면 소 건강상태 한눈에 파악…전세계 농장주들이 반했죠”

등록 : 2017.05.21 14:17
수정 : 2017.05.22 23:23

[강소기업이 미래다]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사무실에서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 캡슐을 소에게 먹여 건강 정보를 파악하는 이 서비스는 최근 남미 등 전세계 축산시장에서 계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충남 예산에서 젖소 120여두를 키우는 조상훈 목장주는 하루 일과를 스마트폰에 들어온 알람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 씨가 확인하는 알람은 뉴스 속보나 개인 일정 관리가 아닌 자신이 키우는 젖소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알람이다.

스마트폰을 보면 소의 간밤 체온변화와 활동량, 물을 마신 횟수, 위의 산도(PH) 등에 관한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소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알람을 한 밤중에 받고 응급조치를 하기도 했다.

조 씨가 스마트폰으로 소 건강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은 가축헬스기업 유라이크코리아가 개발한 바이오 캡슐 때문이다. 바이오 캡슐은 소 입으로 투여 된 뒤 4개의 방으로 나뉜 소 반추위(되새김 위)에 안착 되는데, 이후 5~6년 간 소에 대한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농장주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바이오캡슐이 소 위에서 소화되거나 다른 장기로 이동되지 않게 하는 것이 유라이크코리아가 보유한 특허 기술 ‘라이브케어’ 서비스이다.

21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진(37)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반신반의 하던 농장주들도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받아 보고는 그 정확성에 누구나 엄지를 들어 보인다"며 "이 서비스는 소 질병뿐 아니라 농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만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해 3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강제 살처분되는 참혹한 상황을 지켜보며 "가축 질병을 미리 막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축산업에 종사했던 아버지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축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김 대표가 라이브케어 서비스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김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유라이크코리아는 처음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업체였다. 이 사업도 나름대로 성과를 냈지만 김 대표는 라이브케어 서비스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3년간 30억원을 들여 기술개발을 완료 했다"며 "IT 관련 사업으로 번 돈을 거의 모두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라이브케어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농장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십년 간 축산 경험을 바탕으로 소의 건강 상태를 직접 파악해온 농장주들은 라이브케어 서비스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유라이크코리아가 개발한 바이오캡슐.

그러나 한 지자체와 벌인 시범 사업을 통해 지역 농가에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서부터 상황은 급 반전했다. 특히 체온 변화 등을 측정해 소의 정확한 분만 시기를 예측하자 지역 농가 모두가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받겠다고 신청이 쇄도했다. 10만원대의 바이오캡슐 구입 가격과 월 5,000원 이하의 저렴한 이용료만 내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라이브케어 서비스의 주요 인기 요인이었다.

조상훈 목장주는 "어린 송아지가 건초 등을 먹고 소화시키지 못하는 ‘식체’ 증상은 소가 쓰러진 뒤에나 파악이 가능한 데 라이브케어 서비스로 미리 알 수 있게 됐다"며 "분만일도 미리 예측해 준비할 수 있으니까 분만 실패율이 0%에 가깝다"고 말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구제역 백신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상 소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할 경우 부작용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을 꺼린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고열이 발생한 소를 찾아내 해열제를 투약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고열이 발생한 소를 정상 체온으로 회복시킨 사례가 이미 200여건을 넘어 설 정도이다.

스마트폰으로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케어 서비스.

김 대표는 요즘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 도입에 관심이 높은 외국 농장주들과의 미팅을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축산업의 중심지인 남미의 브라질에서도 라이브케어 서비스 도입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체결한 계약금 규모만도 지난해 매출의 10배인 100억원을 넘어섰다.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올해 8월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수의사대회에 ‘새로운 기술’ 분야에 선정 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축우 수는 310만두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1억두, 브라질은 2억두에 달한다”며 “전세계 가축 시장에서 라이브케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소에 이어 돼지와 닭 등 다른 가축에도 적용되는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그는 “돼지와 관련된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글로벌 가축헬스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매김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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