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류첸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 인사가 공개 석상에서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류 부장조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 차관보와 한중 차관보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의 어떤 부분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이렇게 답했다.
중국은 그 동안 공개적으로는 “특정 국가들의 미사일방어시스템 설치가 지역의 전략적 안정과 상호 신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처리됐으면 한다”(홍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 등의 완곡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일 한중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사드 배치를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회담 중 발언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류 부장조리가 전달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정부는 사드 배치는 국익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 ‘미국 측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고, 이를 포함해 우리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또 이날 협의에서 자신들이 주도해 설립 준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 측이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류 부장조리는 “AIIB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했고 한국 측이 AIIB 창설멤버가 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며 “한국 측은 ‘AIIB 가입에 따른 경제적 실익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중국은 3월 말까지 AIIB 참여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입장이나 미국이 한국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도 “AIIB 가입의 경우 경제적 실익 문제, 지배구조, 국제은행으로서의 여건 등을 검토해가며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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